서아프리카에선 반년마다 쿠데타…부르키나파소에 군정 들어서

입력 2022-01-31 11:05
지난 24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서 반란군 대표들이 국영TV 생방송에 출연해 자신들의 정권 장악 및 로슈 카보레 대통령의 축출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리카에 쿠데타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수단 쿠데타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부르키나파소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발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킨 군인들이 하루 만인 지난 24일 로슈 카보레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발표했다. 반란군은 이날 국영TV 생방송으로 자신들이 국가 권력을 잡았다면서 “이제 부르키나파소는 군사 정부가 통제한다”고 밝혔다. 군정은 성명을 통해 “부르키나파소가 1년의 과도 기간을 거쳐 헌정 질서에 복귀할 것”이라며 “현 정부와 국회는 해산하고 모든 국경을 폐쇄한다”고 덧붙였다.

반란군은 전날 수도 와가두구 대통령 관저 부근에서 총격전을 벌인 끝에 이튿날 사실상 쿠데타 성공을 국내외에 알렸다. 군정은 카보레 대통령의 정확한 소재를 밝히지 않은 채 “체포된 자들이 안전한 곳에 억류돼 있다”고 밝혔다.

부르키나파소 군정은 치안 악화와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 등을 쿠데타 이유로 들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2015년부터 IS와 연계한 무장단체의 준동으로 2000여명이 목숨을 잃고 14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엔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경찰관과 민간인이 다수 숨지자 정부의 안보 무능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서아프리카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건 지난 18개월 새 말리, 기니에 이어 세 번째다. 중앙아프리카까지 포함하면 5번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쿠데타 전문가인 조너선 파월 센트럴플로리다대 교수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쿠데타가 빈발하는 상황에 대해 “1980년 이후 가장 빈도가 높고 1970년대 군부 지도층이 주동이 돼 독립을 쟁취하던 때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민주주의 정착이 완전하지 이뤄지지 않은 국가들에서 민주 정부의 실책으로 오히려 쿠데타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와가두구 중심가에선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환영하고 지지하는 친군부 집회가 열려 1000여명이 참가했다. 로이터통신은 “극심한 빈곤과 고질적 부패, 정부의 테러 대응 실패에 대한 불만이 ‘쿠데타 지지’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 광장에서 시민들이 자국 국기를 흔들며 권력을 장악한 반란군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사회는 잇단 쿠데타가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십년간 이뤄낸 민주적 성과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민주주의 사회는 반드시 보존해야 할 인류의 가치”라며 “21세기에 군사 쿠데타란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와 아프리카연합(AU)은 부르키나파소의 ‘쿠데타 기도’를 규탄하면서 군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