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잘리고, 격투 영화에 격투씬이 없고… 중국 근황

입력 2022-01-31 00:05
영화 파이트 클럽 스틸샷. 20세기 폭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도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하지 못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 ‘파이트 클럽’(1999)이 중국의 엄격한 관리 하에 전혀 다른 결말로 상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파이트 클럽은 중국에서 텐센트 비디오를 통해 원작에서 12분이 줄어든 상태로 서비스 되고 있다. 결말 부분은 5분 가까이 잘려 나갔다.

파이트 클럽이라는 제목답게 영화에는 격투씬, 총격씬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에선 이런 장면들이 삭제됐다. 특히 결말 부분에 주인공이 총을 쏘는 구체적인 장면과 건물 폭발 장면 등이 잘려나갔다.

대신 결말에 대한 설명이 영어 텍스트로 제공된다. 주인공이 제공한 단서를 바탕으로 경찰이 테러 계획을 파악해 모든 범죄자를 체포했다는 교훈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 결말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텐센트 측은 따로 언급을 삼갔다.
영화 로건 스틸컷. 20세기 폭스

매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폭력적이거나 음란한 내용, 미신적인 내용, 체제에 대항하는 내용들을 검열하고 있다. 2017년 영화 ‘로건’은 너무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17분이 편집됐다. 2019년 영화 조커는 아예 개봉이 금지됐다.

한국 영화의 경우 좀비가 나오는 ‘부산행’이나 여러 신이 나오는 ‘신과 함께’, 민주주의 역사를 다룬 ‘택시운전사’ ‘변호인’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다룬 ‘기생충’의 중국 개봉이 금지됐다. 중국에서 전 부총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 드라마 ‘총리와 나’가 곧바로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금지된 영화도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노매드랜드’는 감독의 발언으로 인해 개봉이 금지됐다. 이 작품의 클로이 자오 감독은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동안 큰 관심을 받았지만, 그가 과거 했던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상영이 취소됐다. 자오 감독은 8년 전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보낸 10대 시절을 떠올리면 거짓말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고 말했었다.

중국의 한 영화제작자는 “검열 당국이 삭제할 장면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할 때가 있다”며 “대부분 폭력적이거나 음란한 장면, 혹은 나쁜 놈이 승리해서는 안 된다는 가치와 관련된 장면”이라고 SCMP에 설명했다. 그는 당국의 지적을 받으면 상영 전까지 지시대로 편집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