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책 관련 서면 답변을 전달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방지 요구는 거절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서에는 러시아가 제기한 우려에 관한 원칙적이고 실용적인 평가를 담고 있다”며 “미국과 동맹의 우려도 포함돼 있고, 우크라이나 내 군사 배치와 관련해 상호 투명한 조처를 할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문건 전달은 미국이 대화에 열려 있고 외교를 우선시한다는 점을 반영한다”며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진지한 외교적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서 작성 과정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깊이 관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공은 러시아에 있다. 어떻게 반응할지는 러시아의 몫”이라며 “러시아가 대화를 선택하든, 공격 재개를 선택하든,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서면 답변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방지를 약속한 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나토의 개방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나토의 문은 열려 있다.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과 나토에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국가들의 추가 나토 가입을 배제하고, 인근 국가에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문서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나토의 개방정책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가까운 장래에 나토에 가입할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문서에는 나토 가입 문제 대신 군축을 통한 긴장 완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 대응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 및 파트너와 완전히 조정됐다. 모스크바에 전달된 최종 문구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토는 유럽의 집단 안보에 대한 아이디어와 우려가 담긴 자체 문서를 모스크바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 외무차관이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의 요청으로 면담했다. 안전보장에 관한 양자 조약 초안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서면 답변을 건넸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서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블링컨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이 서면 답변을 전달한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다음 단계를 논의할 준비가 되면 며칠 안에 라브로프 장관과 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체류 미국민들에게 “사용 가능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즉각 출국할 것을 강력히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도 이날 홈페이지에 “우크라이나 안보 상황이 러시아의 높아진 군사행동 위협으로 계속 예측 불가능한 상태이며 예고 없이 나빠질 수 있다”며 출국 권고 공지문을 올렸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