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그래픽카드의 ‘미친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 지포스, AMD 라데온으로 양분된 그래픽카드 시장에 인텔은 아크(Arc)라는 브랜드로 진출을 앞두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아크 그래픽카드는 빠르면 1분기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CES 2022에서 주요 PC 제조사들에 PC용 그래픽카드 ‘아크 알케미스트’를 공급했다고 밝혔었다. 제조사들이 이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조만간 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가격이다. 성능은 차치하더라도, 새로운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면 공급과 경쟁의 증가로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생긴다. 인텔이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엔비디아나 AMD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한다는 데에 이론이 없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수차례 “성능 뿐만 아니라 가격에서도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할 때 ‘가성비 제품’을 내놓는 건 일반적 전략이다. 인텔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IT매체 톰스가이드는 인텔의 고급형 제품이 650~850달러(약 78만~102만원) 수준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급형 모델은 200달러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카드 가격과 비교하면 상당히 경쟁력 있는 숫자다. 엔비디아의 RTX 3080는 한국 판매 가격이 200만원, 최상위 모델인 RTX 3090은 350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비교적 낮은 사양인 RTX 3060도 100만원 가량이다.
그래픽카드 가격 폭등은 가상화폐 때문이다. 가상화폐 채굴에 그래픽카드가 사용되면서 가격이 뛰었다. 고성능 그래픽카드일수록 채굴 성능이 뛰어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나온 그래픽카드들은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향했다. 일반 소매시장에는 물량이 사라졌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RTX 3080의 경우 엔비디아가 처음 출시할 때 권장소비자가격(MSRP)이 699달러였으나, 수요·공급 불균형이 이어지며 가격이 배 이상 올랐다.
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그래픽카드 공급을 늘리기도 여의치 않다. 엔비디아 RTX는 삼성전자 8나노 공정, AMD 라데온은 TSMC 7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인텔 아크는 TSMC 6나노 공정으로 제품을 만든다. 전 세계 파운드리를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TSMC는 다른 반도체 주문도 빡빡해 갑자기 생산량을 높일 수 없는 실정이다.
인텔이 그래픽카드를 낮은 가격에 내놓더라도 가상화폐 채굴시장 수요가 줄지 않으면, 그래픽카드 시장의 안정화는 요원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체들은 그래픽카드가 채굴시장에 차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기는 하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에 채굴성능 제한을 건 LHR(Lite Hash Rate) 제품을 내놓았다. 인텔은 다음 달에 가상화폐 채굴 전용 칩셋인 ‘보난자 마인’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수요가 줄지 않는 한 그래픽카드가 채굴용으로 사용되는 걸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채굴 전용 칩셋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