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과실로 숨진 61세 주부의 미래 수입을 ‘0원’으로 계산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사망 당시 만 61세)의 유족이 한 비뇨기과 병원장과 대학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정년을 60세로 보고 일실수입(피해자가 잃은 장래 소득)을 계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요관결석으로 비뇨기과에서 수차례 체외충격파 쇄석술을 받고 발열, 구토가 나타나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중환자실에서 패혈증 등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호전돼 인공기도를 빼고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다시 상태가 나빠졌다. 담당 의사는 인공기도를 다시 삽관해야 한다고 했으나 가족들은 주치의 설명을 듣겠다고 결정을 보류했고 몇 시간 만에 A씨는 숨졌다.
1심은 비뇨기과 병원장이 패혈증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소홀히 한 점과 대학병원이 응급처치를 지연한 점 등 일부 과실을 인정했다. 2심에선 비뇨기과 병원장의 배상 책임만 인정됐다.
문제는 배상 액수였다. A씨 유족은 A씨에게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만 70세까지 가사노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8년 6개월치 장래 수입 1억100만원과 치료비·위자료 등을 청구했다. 1·2심은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 나이를 만 60세로 보고 이미 이를 넘긴 A씨의 장래 소득은 없는 것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치료비와 장례비, 위자료 중 일부인 3600여만원이 배상액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장래 소득을 0원으로 계산한 원심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조정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은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5세까지도 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