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최근 당내 기득권층으로 지목된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 인사인 윤호중 원내대표 앞에서 “정치 교체”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국회의원 동일지역 3선 초과 연임 금지’ 제도 추진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현장유세에 동행한 윤 원내대표는 17대와 19~21대 총선에서 경기 구리에서 당선된 4선 의원이다. 만약 실제 입법이 이뤄지면 윤 원내대표도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구리전통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연단에 올라 온 윤 원내대표를 향해 “제가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큰 정치인이 되실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윤 원내대표 역시 “이 후보가 여의도 정치는 잘 모를 줄 알았는데 후보가 된 지 한 달도 안 돼 여의도 정치를 다 꿰뚫어 보더라”며 덕담으로 화답했다. 지지자들은 이재명과 윤호중을 번갈아 연호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그러나 이 후보가 연설 중 ‘정치 교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다소 어색한 기류가 감지됐다.
이 후보는 당내 대표적 86세대 인사인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언급하며 정치 세력 교체에 대한 운을 뗐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며 ‘86 용퇴론’의 신호탄을 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당 대표께서 오늘 내가 먼저 기득권을 버릴 테니 민주당이 함께 변하자고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정치 세력 교체’에 대한 절박함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제부터 잘못한 국회의원들은 다 제명하기로 했다”며 “한번 의원이라고 영원한 의원이 되면 되겠나. 안타깝지만 다 제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3선 초과 연임 금지’에 대한 필요성도 밝혔다. 이 후보는 “유능하고 좋은 의원도 계시지만, 한 군데 가면 끝까지 계속하는 분들이 많지 않느냐”며 “똑같은 데서는 세 번까지만 하자,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하자”고 강조했다.
같은 86세대이자 동일 지역구에서 4선을 한 윤 원내대표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후보는 연설 말미에도 “정치 세력의 교체를 넘어 정치 자체를 바꿔서 세상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연설 내내 연단 뒤편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연설이 끝나자 윤 원내대표는 이 후보와 나란히 시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윤 원내대표는 ‘86 용퇴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조용히 웃어 보이면서 현장을 떠났다.
구리=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