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4선 윤호중 앞에서 “같은 지역에선 세 번만 하자”

입력 2022-01-26 05:01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구리전통시장을 찾아 윤호중 원내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최근 당내 기득권층으로 지목된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 인사인 윤호중 원내대표 앞에서 “정치 교체”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국회의원 동일지역 3선 초과 연임 금지’ 제도 추진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현장유세에 동행한 윤 원내대표는 17대와 19~21대 총선에서 경기 구리에서 당선된 4선 의원이다. 만약 실제 입법이 이뤄지면 윤 원내대표도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구리전통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연단에 올라 온 윤 원내대표를 향해 “제가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큰 정치인이 되실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윤 원내대표 역시 “이 후보가 여의도 정치는 잘 모를 줄 알았는데 후보가 된 지 한 달도 안 돼 여의도 정치를 다 꿰뚫어 보더라”며 덕담으로 화답했다. 지지자들은 이재명과 윤호중을 번갈아 연호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구리전통시장을 찾아 윤호중 원내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이 후보가 연설 중 ‘정치 교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다소 어색한 기류가 감지됐다.

이 후보는 당내 대표적 86세대 인사인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언급하며 정치 세력 교체에 대한 운을 뗐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며 ‘86 용퇴론’의 신호탄을 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당 대표께서 오늘 내가 먼저 기득권을 버릴 테니 민주당이 함께 변하자고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정치 세력 교체’에 대한 절박함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제부터 잘못한 국회의원들은 다 제명하기로 했다”며 “한번 의원이라고 영원한 의원이 되면 되겠나. 안타깝지만 다 제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3선 초과 연임 금지’에 대한 필요성도 밝혔다. 이 후보는 “유능하고 좋은 의원도 계시지만, 한 군데 가면 끝까지 계속하는 분들이 많지 않느냐”며 “똑같은 데서는 세 번까지만 하자,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하자”고 강조했다.

같은 86세대이자 동일 지역구에서 4선을 한 윤 원내대표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후보는 연설 말미에도 “정치 세력의 교체를 넘어 정치 자체를 바꿔서 세상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연설 내내 연단 뒤편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연설이 끝나자 윤 원내대표는 이 후보와 나란히 시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윤 원내대표는 ‘86 용퇴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조용히 웃어 보이면서 현장을 떠났다.

구리=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