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폭발성장하는데…’ GM과 현대차의 온도 차

입력 2022-02-01 07:57

전 세계적으로 중고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공급망 불안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은 발빠르게 중고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 일본 등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반면 한국에선 ‘잠시 멈춤’ 상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온라인 중고차 거래플랫폼 ‘카브라보(CarBravo)’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한 진행을 서둘러 올해 상반기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스티브 칼라일 GM 북미 사장은 “중고차 시장은 지난 5년 간 꾸준히 성장했다. 수요가 꾸준하고 신차보다 경기 침체에도 덜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GM이 중고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력’이다. 미국의 중고차 거래량은 지난해에 약 4090만대에 이르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차 판매량(약 1493만대)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코로나19 여파로 새 차를 살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이 중고차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가 중고차 전시장에서 스티커에 붙은 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차를 사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GM은 카브라보를 통해 자사 브랜드인 쉐보레·뷰익·GMC의 딜러들이 보유한 차량, 자동차금융 자회사 GM파이낸셜의 렌터카·리스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미국 최대 중고차 판매업체 카바나의 보유차량은 5만5000대 정도인데, GM 딜러들이 확보한 중고차는 40만대에 달한다. WSJ은 “GM의 중고차 사업 진출로 기존 중고차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도 중고차는 ‘귀한 몸’이 됐다. 일본 최대 중고차 경매회사 ‘USS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고차 거래 가격은 평균 93만8000엔(약 973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71만3000엔)보다 31.5%나 올랐다. 도요타, 닛산 등의 완성차 업체들은 일본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인증 중고차 시장은 제조사가 직접 중고차 관리를 하는 만큼, 기존 중고차보다 높게 가격이 형성돼 있다. 중고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일본 업체들은 적잖은 수익을 거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중고차 거래는 폭발적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등록 대수는 394만대에 달했다. 신차등록 대수(173만대)보다 배 이상 많았다. 사업자가 개인에게 판매한 중고차는 114만6465대로 전년(110만7241대) 대비 3.5% 증가했다. 연간 중고차 거래액은 25조~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까지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들어가지 못한다. 미국 일본에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시장 진입규제가 없는 것과 다른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3일 일시 정지 권고를 내렸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일 온라인 중고차 중개 플랫폼 ‘오토벨’을 론칭하기는 했다. 다만 현대글로비스 측은 “중고차를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게 아니라 기존 중고차 매매상들이 매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사업이기 때문에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중고차판매업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지난 14일 첫 회의에서 추가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3월에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