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에 공황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800선이 붕괴된 지 하루 만인 25일 2700선이 위협을 받았다. 전 거래일보다 71.61포인트(2.56%) 내린 2720.39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낙폭이 3%대까지 확대되면서 2703.99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반대매매 물량까지 더해져 900선이 무너졌다. 이날 25.96포인트(2.84%) 내린 889.44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9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종가 기준 2021년 3월 10일(890.07) 이후 약 1년10개월 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모두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와 긴장 완화를 촉구했지만 미국 상원의 러시아 관련 제재법안 논의와 미 국방부 병력 배치 소식이 전해지며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가 확대됐다”며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와 주가하락에 따른 반대 매매 물량까지 나타나면서 코스닥이 장중 3%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1. 엔비티 [236810]
모바일 포인트 플랫폼 기업 엔비티가 주요 임원의 대규모 주식 매도에 가격제한폭(하한가) 직전에서 마감했다. 엔비티는 전날보다 26.10%(6500원) 떨어진 1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곽근봉 엔비티 이사(등기임원)와 박광연 이사(비등기임원)는 이날 보통주 각 59만1400주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들 임원의 지분율은 7.11%에서 0으로 줄었다. 주당 처분 단가는 2만1613원. 현금화한 금액은 127억8192만원에 달한다.
엔비티는 지난해 1월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분을 모두 팔아치운 시기가 상장한 지 1년이 지난 직후인 만큼 해당 임원들이 보호예수가 풀린 시기에 맞춰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카카오 신임 대표에 내정됐던 류영준 대표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은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비판으로까지 확산됐다. 주식을 팔아치운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카카오 경영진을 향한 투자자들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는 카카오 경영진의 주식 매각을 계기로 내부자들의 주식거래 사전 신고를 법제화하는 안, 상장 이후 스톡옵션의 매각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안을 꺼내 들었다.
카카오페이 선례가 있었던 만큼 엔비티를 향한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영진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 투자자는 고점이라는 신호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엔비티처럼 적정가치에 대한 분석이 많지 않은 소형주는 이런 평가에서 더 자유롭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이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거래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진의 ‘먹튀’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스톡옵션 행사 자체를 금지하는 안은 시장 친화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고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행사하게 하는 식의 간접적인 규제 방안이 선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2. 에코프로비엠 [247540]
최근 2거래일 동안 12%대 내림세를 보였던 에코프로비엠이 반등에 성공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날보다 1.47%(5900원) 오른 40만63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에코프로비엠의 급락세는 지난 21일 청주에 있는 2차전지 소재 제조 공장에서 큰불이 나며 시작됐다. 이 사고로 직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화재로 양극재 수급에 차질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회사 측은 2차전지 소재 생산에 큰 차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4439억원 규모의 보험에 가입돼 금전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삼성화재, KB손해보험에 4438억5500만원의 재산종합보험(재산손해담보 기준)에 가입돼 있다.
다만 인사사고 발생으로 인해 재가동까지는 일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대전고용노동청은 공장에 전면 작업 중지를 명령한 데 이어 이 업체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3. 오토앤 [353590]
올해 첫 기업공개(IPO) 주자였던 오토앤이 4거래일 동안 246% 뛰었다. 상장 첫날인 지난 20일부터 코스닥시장에서 이틀간 상한가를 기록한 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토앤은 4200원(29.68%) 오른 1만835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오토앤의 공모가는 5300원. 공모주 투자자는 현재 2.5배에 달하는 수익을 본 것으로 계산된다.
오토앤은 2008년 현대차 사내벤처로 시작한 자동차용품 판매 기업이다. 2012년 현대차그룹에서 분사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오토앤 지분을 각각 8%, 5% 보유하고 있는 특수관계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상장 후 2년 동안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분사한 뒤 증시에 상장한 것은 오토앤이 처음이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여의도 산책. [3분 국내주식]은 동학 개미의 시선으로 국내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루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