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대선 후보가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동시에 내놨다. 정부가 국내 상장주식 투자 소득에 대해 5000만원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한 만큼, 가상자산에도 같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인데 정책적 근거나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년부터 가상자산에 투자해 250만원(기본 공제금액)이 넘는 수익을 낸 사람은 20%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었다. 2023년부터 주식·펀드 등 금융자산에 투자해 발생한 소득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되며, 이에 대한 공제한도는 기본적으로 250만원, 국내 상장주식은 5000만원이다.
두 후보는 가상자산 공제한도를 주식처럼 50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가상자산을 주식·펀드 등과 동일 선상에 놓는 건 부적절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내기업 자본확충·조달 측면에서 준 혜택을 가상자산에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 회계 기준상으로도 가상자산은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이 아닌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취급된다.
공제 한도가 250만원인 비상장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해외주식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당장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해외주식 공제기준 상향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공제 한도를 크게 높이면 정부가 마치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권장한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을 주식시장처럼 육성할 정책적 근거나 명분은 부족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5000만원 공제 한도 상향은 무리한 주장”이라며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정부안대로 과세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가상자산은 주식시장·금융시장과 기능이 다르다”며 “변동성 높은 장에서 투기적 행위가 반복되는 측면이 강한데, 이를 자본시장 육성과 같은 취지로 보고 공제 한도를 높여 투자를 독려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세소위 때도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는 여야 이견이 없었지만, 양도차익을 금투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에는 일부 우려가 있어 보류됐다. 정치권도 관련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무리수’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양당 후보가 MZ세대 마음을 잡기 위해 현실성 없는 정책을 마구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