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병력 8500명에 대한 동유럽 추가 파병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비한 병력 증강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주요 기관에 미 본토를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경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국가 정상들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화상회의를 가졌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군 병력 8500명을 동유럽에 배치하기 위한 ‘상향된 대비태세’ 돌입 명령을 내렸다”며 “상황 발생 시 지원을 위해 배치 준비를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대기 중인 미군에는 전투여단과 병참부대, 의료·방공 지원, 첩보·감시·정찰부대 등이 포함돼 있다”며 “대부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대응군에 합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는 지금 당장 긴장을 완화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 매우 분명하다”며 “이번 조치는 나토 동맹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배치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동유럽에 파견할 특정 군대를 식별하는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여러 명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현실화를 대비한 준비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미 본토를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CNN은 DHS 내부 정보 게시판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응이 러시아의 장기적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경우, 모스크바는 미 본토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고려할 것”이라는 내용의 메모가 올라왔다고 이날 보도했다.
메모에는 “러시아는 낮은 수준의 서비스 중단에서 핵심 기반 시설을 표적으로 하는 파괴적 공격에 이르기까지 미국 네트워크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격적 사이버 도구를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DHS는 이를 미국 주요 기반 시설 운영자와 주 및 지방정부에 배포했다고 한다.
CNN은 “미 관리들은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재무부는 이 문제를 다루는 기밀 브리핑을 미국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에너지부도 미 최대 전력 회사에 브리핑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14일 대규모 해킹 공격으로 외교부, 에너지부, 재무부를 포함한 7개 부처와 국가 응급 서비스 등 주요 홈페이지가 마비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이버 공격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백악관에서 유럽 국가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추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에 대해 심각한 경제적 대가를 부과하고, 나토 동부의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위기 사태와 관련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군사 계획을 세밀히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고 최근 전략 변화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금융 제재 등을 통한 억지력을 강조하며 러시아와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주변의 지정학적 긴장은 오히려 높아져 왔다.
CNN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고안된 최근의 전술적 결정은 위험의 악순환을 가속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침공의 선전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자국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논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키 대변인은 “공격자가 누구인지 기억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수만 명의 군대를 보낸 러시아”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