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품 ‘파정(파워정품)’인가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명품 플랫폼에서 구매한 제품이 정품인지 묻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으로 명품을 사는 소비자가 ‘가짜명품(가품)’ 우려도 덩달아 커졌다. 이에 유통업계는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 ‘확실한 파정(파워정품)’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 블록체인 보증서를 제공하는 건 물론 가품 시 200% 보상이라는 마케팅 전략까지 선보이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명품시장 규모는 2020년에 1조5957억원에 이르렀다. 2015년 1조455억원보다 52%나 성장했다. 지난해엔 온라인 구매 패턴이 익숙하고, 명품을 구매해 웃돈을 얹어 되팔려는 MZ세대가 유입되면서 2조원을 넘겼다는 추산치가 나온다.
온라인 명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업계는 덩달아 가품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특허청에 들어온 온라인 위조상품 신고 건수는 2020년 1만6693건으로 전년(6661건)보다 배 넘게 뛰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해외 상품을 판매하는 명품 플랫폼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고객은 정작 자신이 산 제품에 대한 ‘파정’ 여부를 확인해야 할 만큼 믿고 살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계는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경쟁력에 사활을 건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명품 브랜드 공식스토어 상품뿐만 아니라 병행수입 제품도 함께 판다. 병행수입은 유통업자가 해외 아울렛 등에서 직접 명품을 구매한 뒤 한국으로 수출하는 일종의 구매대행이다. 가격이 싼 대신 유통 경로가 불투명하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셀러들이 올리는 대로 판매가 이뤄지는데, 자체 검증을 하더라도 업자가 가품을 넣는 사례가 종종 있다. 어떤 셀러를 데려오느냐에 따라 상품 품질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통업계는 선제대응 차원에서 블록체인 보증서까지 선보이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8월 명품 디지털 보증서 ‘SSG개런티’ 서비스를 도입했다. SSG개런티는 종이나 플라스틱 카드로 제공되는 품질 보증서와 달리 대체불가능한 토큰(NFT) 기술을 적용했다. SSG닷컴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의 플랫폼 ‘클레이튼’에서 개발한 NFT 기술을 사용해 복제나 위변조 가능성을 차단했다.
반응은 뜨겁다. SSG닷컴에 따르면 명품 디지털 보증서 ‘SSG개런티’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5개월 간(지난해 8월 26일~올해 1월 22일)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롯데온은 지난해 9월 가품 판정 시 결제 금액의 최대 2배까지 보상하는 명품 인증 프로그램 ‘트러스트온’을 도입했다. 이후 참여 셀러의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33.4% 증가했다. 특히 100만원 미만의 여성지갑 매출이 67.6%, 명품 소품 매출이 51.5%나 늘었다.
유통업계는 온라인 명품시장의 급성장에 맞춰 정품 인증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진다고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상품 신뢰도 문제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NFT 보증서, 200% 보상제 등을 제공하는 대형업체가 늘어나면, 소형 업체들도 정품 인증장치나 서비스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