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대 사기를 치고 혼자 해외로 도피했던 ‘부부사기단’의 남편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2006년 ‘부부 사기’를 시작한 이들 부부가 16년 만에 나란히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부인 B씨는 앞서 2020년 1월 같은 사건으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들은 2006년 투자 사기를 당해 큰 돈을 잃은 뒤 ‘우리도 못 할 거 없다’는 듯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 A씨가 “연 12% 이자에 원금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를 모집하면, 부인 B씨가 컨설턴트 마냥 투자금을 관리하며 돈을 빼돌리는 방식이었다.
이들 부부는 이렇게 2018년까지 총 71회에 걸쳐 58억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부는 모은 돈 일부를 다른 투자자들의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개인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쯤 투자자들로부터 의심을 받자, 부부는 이미 폐업한 업체 C사를 투자처라고 소개한 뒤 회사 명의의 어음·차용증을 위조해 다시 투자자들의 눈을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해 12월 한 투자자로부터 사기 혐의 고소를 당했을 당시에도 부부는 “돈을 C사에 재투자했는데 C사 측이 원금·수익금 상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피해자 행세를 하며 허위 고소장을 내기도 했다.
A씨는 그러나 경찰 출석일이 다가오자 아내 B씨를 두고 페루로 출국해 홀로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A씨는 지난해 6월 베트남에서 강제 추방당한 뒤 국내에서 체포됐지만, ‘아내의 단독 범행’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50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고 범행을 숨기기 위해 유가증권과 사문서를 위조·행사한 것도 모자라 허위 사실로 다른 사람을 무고까지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해외 도주까지 했고 범행을 대부분 부인하는 태도로 피해자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