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큰절에 눈물까지…“열심히 살았지만 상처가 너무 많다”

입력 2022-01-24 17:4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반성’과 ‘사죄’를 외치며 몸을 낮추고 있다.

자신의 약점인 도덕성 문제와 민주당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통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오려는 것이다. 대선의 최대 분기점으로 꼽히는 설 연휴를 앞두고 이 후보가 지지율 정체 상태를 타개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24일 경기 성남 상대원시장에서 자신의 유년기 시절을 언급하다 눈물을 쏟았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동행했다.

이 후보는 “저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산꼭대기에 살았는데 어머니가 화장실 출근 전에 제 손을 잡고 공장에 바래다줬다. 그래도 행복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후보는 “아버지는 이 시장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했고, 어머니는 시장 공중화장실에서 이용자가 소변 보면 10원, 대변 보면 20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장실을 지키며 아들이 잘되기만 바랐던 어머니에게 거짓말로 ‘판검사 실력이 안되니 변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열심히 일했고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지만 상처가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는 ‘형수 욕설’ 등 가족 논란에 대해서도 “잘못했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에 대한 반성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경기 용인시에서 경기도 공약 발표에 앞서 윤호중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15명과 함께 예정에 없던 큰절을 했다. 이 후보가 사죄의 큰절을 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개혁·진보 세력의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공정의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다”면서 “국민들이 내로남불이라며 질책하셨는데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선대위 내에서 지지율 정체 현상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다”며 “후보도 그런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세대포위론’에 대해선 적극 반박하며 ‘세대포용론’을 폈다. 세대포위론은 2030세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부모 세대인 506070의 지지까지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경기 이천 유세 중 국민의힘을 겨냥해 “어떻게 아픈 데를 더 찔러, 염장을 질러가며 자기 이익을 챙기며 타인에게 고통을 강요하느냐”면서 “분열과 증오를 이용해 40대, 50대를 포위해 이겨보자는 세대포위론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박재현 기자, 성남=안규영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