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빅테크 기업의 경쟁이 치열한 전장(戰場)은 게임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IT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687억 달러에 인수한 것은 빅테크 기업들이 게임에 얼마나 간절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게임은 빅테크 기업에 현재이자 미래다. 게임은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아직은 모호한 개념인 메타버스가 본격화한다면 게임은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데 이론이 없다.
25일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게임시장은 1800억 달러(약 215조2000억원)에 달했다. 2024년에 2188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19~202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8.7%로 추산된다. 분야별로 모바일 932억 달러, 콘솔 504억 달러, PC 367억 달러 순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게임시장의 규모가 2019년 전 세계 극장의 매출(390억 달러)보다 4배 이상 크다고 진단했다. 게임이 명실상부한 최대 콘텐츠 왕좌를 차지한 것이다. 미라보증권의 닐 캠플링 기술분야 분석가는 “15년 전에 게임 인구는 2억명이었지만 이제 27억명에 달한다. 게임은 가장 큰 형태의 미디어가 됐다”고 분석했다.
음악과 영상에 이어 게임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스트리밍이 본격화하면서 게임에 뛰어드는 빅테크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일부터 한국 홍콩 대만에서 ‘구글 플레이 게임’ 베타 서비스에 돌입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하던 게임을 PC에서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구글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스태디아’도 제공하고 있다.
애플은 2019년 9월부터 ‘애플 아케이드’라는 게임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루나’, 엔비디아는 ‘지포스 나우’ 등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로 시장에 진입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MS는 수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콜 오브 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캔디 크러시 사가’ 등의 인기 게임을 자사의 ‘게임 패스’에 적용해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게 됐다.
여기에다 MS는 게임이 메타버스의 발판이 될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과 디지털 세컨 라이프라는 두 가지 개념을 결합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게임은 메타버스에 가장 근접한 분야다. 게임에서 아바타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아바타를 꾸미는 데 돈을 쓰기도 하는 등 실제 세계에서 하는 일들을 가상현실에서 하고 있다.
NYT는 “테크 기업들은 미래의 몰입형 인터넷이 어떤 형태이든지 게임이 그 관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게임에 투자를 하는 것은 빅테크 업체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미래의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