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UAM(도심항공교통) 시장 진출을 발표했던 한화시스템이 에어택시 ‘버터플라이’의 공동개발에 본격 착수하며 UAM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기체뿐 아니라 기체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도심 공항 구축도 본격화하며 UAM 시장에서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UAM은 서울과 같은 메가시티(인구 1000만명이 넘는 도시)의 교통정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모빌리티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메가시티의 도심 내 차량 평균 주행속도는 30㎞/h를 밑돈다. 이와 달리 에어택시를 이용하면 용인터미널에서 광화문역까지 15분 만에 이동이 가능하다. 한화시스템이 미국의 오버에어와 함께 개발 중인 버터플라이를 이용한다면 말이다. 버터플라이는 배터리 완충시 최대 320㎞/h의 속도로 운행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0년 2월부터 오버에어의 ‘최적 속도 틸트로터(OSTR)’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UAM 기체 버터플라이의 상세설계를 진행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경량 복합재와 고효율 공기역학 기술로 기존 틸트로터 기체보다 효율이 최대 5배 좋은 OSTR 기술로 2024년까지 기체 개발을 마치고, 2025년에는 서울~김포 노선의 시범 운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버터플라이는 4개의 틸트로터(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비행기)가 장착된 전기식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타입이라 안전성과 신뢰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전후방 4개의 날개에 대형 로터가 장착돼있어 이륙할 때는 수직으로, 운항할 때는 수평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적은 에너지로 장시간 운항할 수 있다. 또 4개의 틸트로터가 분산 전기추진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프로펠러나 로터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안전한 이착륙이 가능하다. 특히 전기추진 시스템이라 헬리콥터보다 소음이 15db 이상 낮은 65db 이하이고, 탄소 등의 공해 유발 물질 배출도 없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헬리콥터 운영업체인 영국의 브리스토우로부터 선구매 협약을 따내기도 했다. 아직 버터플라이가 개발 단계임에도 20~50대의 버터플라이를 선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브리스토우는 “차세대 eVTOL 시장에서 리더십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사전 주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은 기체 개발뿐 아니라 운항 서비스, 인프라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토탈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과 협력을 맺으며 전방위적으로 사업기회를 발굴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1월엔 한국공항공사, SK텔레콤, 한국교통연구원과 ‘UAM 사업협력을 위한 4자 업무협약’을 맺었다. UAM 기체개발과 UAM 이착륙 터미널인 버티포트 인프라, 운항서비스, 모빌리티 플랫폼에 이르는 ‘UAM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한화시스템은 한국공항공사와 함께 버티포트의 상위개념인 세계 최대 규모의 ‘버티허브’를 김포공항에 구축키로 했다.
또 2020년엔 영국 UAM 인프라 전문 기업 스카이포츠와 에어택시 인프라 개발 기술을 돕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스카이포츠는 버티포트를 만드는 회사다. 두 회사는 택시처럼 매끄러운 탑승과 하차가 가능하도록 하는 탑승 서비스를 연구하고, 수속장을 걷기만 해도 신원확인과 수하물 검색이 완료되는 초간편 탑승을 실현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항공물류 서비스 진입과 드론업체 신규 투자 방안도 밝혔다. 이를 위해 2020년 3월 말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발표한 바 있다. 먼저 이커머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라스트 마일’ 서비스에 진입하고, 추후 오버에어의 UAM 기체를 물류용으로 개조해 물류거점에서 배송창고까지 운송하는 ‘미들 마일’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체 개발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군용 개발도 추진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