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을 보고 고향의 어린이들이 행복하길 바란다며 한 독지가가 두 차례에 걸쳐 8억원이 넘는 성금을 기부했다.
24일 전북 임실군에 따르면 A씨는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4억3000여만원을 기탁했다.
A씨는 지난해에도 3억 7080만원을 보내 왔다. 그가 2년간 보내온 성금은 모두 8억원이 넘는다.
그는 지난 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긴 ‘정인이 사건’을 보며 고향의 어린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며 작은 정성을 보낸다”고 말했다. 정인이 사건은 양모가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A씨는 올해 “임실 삼계면이 고향인 아버지가 ‘항상 어려운 사람을 보살피는 삶을 살라’고 하셔서 나눔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유래 없는 코로나 사태로 고향 어린이들의 생활이 걱정되어 명절을 맞이하여 기탁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 그는 지난해와 같은 세가지 조건을 달았다. 기부자의 신분을 밝히지 말 것과 대상자들에게 5개월간 일정한 날에 입금되도록 해줄 것, 이후 지원 결과를 알려줄 것 등이다.
임실군은 이 기부금을 다음 달부터 한부모·조손 가정을 비롯해 저소득층 1268가구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자녀가 1명이면 20만원, 2명이면 30만원, 3명 이상은 40만원씩 5개월간 지급할 예정이다. 또 자녀가 없는 저소득층에도 20만원을 한 번에 지원한다. 군은 독지가의 소중한 뜻이 잘 전달되도록 사연을 담은 알림 편지도 발송할 계획이다.
2년 연속 거액의 기부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너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이 분의 따뜻한 마음이 기부문화 확산에 선한 영향력을 줄 것 같다”며 자연스럽게 그를 ‘삼계천사’로 부르고 있다.
심민 군수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며 힘겨운 이웃들이 많은 데 이렇게 거액을 기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기부자님의 뜻이 잘 전달되도록 각별히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임실=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