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오하이오 24조원 투자 속내는… 파운드리 반격은 보조금에 달렸다

입력 2022-01-23 14:29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공장 건설에 나선다. 인텔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을 경우 TSMC,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3강 형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해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인텔이 미국 내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건 40년 만에 처음이다. 이전까지 미국 투자는 기존 공장을 증축하는 용도였다.

이 공장은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25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텔은 이곳에서 2나노 미만인 18A(옹스트롱) 공정 반도체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근 네덜란드 ASML로부터 관련 장비를 TSMC, 삼성전자보다 먼저 구매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텔 오하이오 공장 조감도. 인텔 제공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는 미국의 반도체 생산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로 인텔 일자리 3000개를 비롯해 7000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인텔은 밝혔다.

인텔은 향후 10년간 최고 1000억달러 규모로 투자 규모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럴 경우 오하이오주 공장은 단일 시설로 전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가 된다. 인텔의 계획대로라면 TSMC, 삼성전자와 함께 인텔이 파운드리 3강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단, 인텔의 계획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한 200억 달러는 인텔이 자체적으로 투자하지만, 1000억 달러까지 확대하려면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윌리엄 모스 인텔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더 버지와 인터뷰에서 “연방 정부의 지원 없이 1000억 달러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해 초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며 ‘IDM 2.0’ 전략을 발표했다. 기술력이나 생산 능력은 TSMC나 삼성전자에 아직 한참 못 미친다. 때문에 정부 보조금을 지렛대로 삼아 단숨에 추격을 하겠다는 게 인텔의 계산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꺼내들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520억 달러 규모의 칩스(CHIPS) 법안을 내놨다. 상원까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 아직 계류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의 투자 발표 이후 “미국 경제의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위해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는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연구에서는 선두지만 생산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면서 “현재로선, 미국은 첨단 반도체를 만들 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더 버지는 “이번 발표를 이용해 하원에 법안 통과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인텔은 유럽연합(EU)에서도 신규 공장 건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이를 위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과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