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 베어스타운 스키장에서 22일 오후 슬로프 정상을 향해 올라가던 리프트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프트가 빠르게 탑승장 쪽으로 거꾸로 하강하면서 탑승자들은 충돌을 우려해 리프트에서 뛰어내리는 등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수십명의 탑승객은 리프트에 매달린 채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등 추위 속 공포의 2시간을 보내야 했다.
22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고는 오후 3시쯤 베어스타운 상급자 코스에서 발생했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던 리프트가 중간에 잠시 멈추는 듯하더니 갑자기 뒤쪽으로 미끄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리프트에 탄 채 거꾸로 하강해야 했던 탑승객들은 탑승장으로 내려가는 리프트가 도착해 있는 선행 리프트와 충돌 직전에 스스로 스키를 벗어 던지고 바닥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하강하면서 속도가 빨라진 리프트가 앞선 리프트와 충돌할 경우 충격이 클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스키장 관계자들은 뛰어내린 이용객이 다음 리프트와 충돌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밖으로 잡아끌고 하강하는 리프트들을 붙잡으려 하는 등 애썼지만 갑작스러운 사고에 상황 정리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포의 역주행’은 수분 이상 이어지다가 리프트 가동이 완전히 멈춘 후에야 끝났다.
다행히 여러 명이 뛰어내린 가운데서도 이 사고로 타박상을 입은 7세 어린이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것 외에 다른 이들의 부상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러 명이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다친 40여명이 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 상황은 목격자들에 의해 온라인상에 빠르게 전파됐다. “리프트가 빠르게 뒤로 가 출발지에 쾅쾅 소리가 나며 부딪혔다” “사람들이 뛰어내리라고 소리를 질러서 급하게 뛰어내렸다” 등 목격담이 잇달았다.
피해자는 뛰어내린 탑승객들만이 아니다. 리프트를 멈춰 세우면서 탑승객 100명이 공중에 매달린 채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구조작업은 오후 5시13분까지 이어졌고, 일부 탑승객은 2시간 넘게 공중에서 공포와 추위에 떨어야 했다. 리프트에 매달린 채 있었던 100명의 탑승객 중 39명은 스스로 내려왔고, 61명은 119구조대가 설치한 로프에 의지해 탈출했다.
사고 후 베어스타운 측은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현 시간부로 사고가 발생한 리프트 외에도 스키장 내 모든 리프트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 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방 당국 및 관련 기관과도 적극 협조해 사고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피해를 보신 고객 여러분께서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SNS, 유선전화 등 모든 채널을 통해 적극 소통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리프트 사고 원인은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리프트 감속기 등 기계장비 고장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기계 장비에 대한 감식을 통해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사고 원인에 대해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며 “기계 결함에 따른 오작동이나 조작실수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수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