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2심 ‘유죄’…법정 온 아버지 “말도 안돼”

입력 2022-01-21 15:30 수정 2022-01-21 16:14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교무부장 아버지가 유출한 시험 답안을 보고 숙명여고 내신 시험을 치른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쌍둥이 자매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관형 최병률 원정숙)는 21일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쌍둥이 딸(21)들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보다는 형량이 다소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열심히 노력하던 동급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함은 물론 공교육 사회 일반의 신뢰까지 심각히 훼손됐다”며 “피고인들은 성적이 자신의 실력으로 얻은 정당한 결과라면서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숙명여고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고 형사 책임과 별개로 많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며 “어머니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바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쌍둥이 자매 중 언니는 병원에 입원해 선고 공판에 참석하지 못했다. 법원은 이 같은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

이날 아버지 현씨도 법정에서 판결을 지켜봤다. 현씨는 유죄가 선고되자 법정에서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모순적이라도 양심만은 지켜야죠”라고 소리를 쳤다가 법정 경위들에게 제지됐다.

이들은 숙명여고 1학년이었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다음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활용해 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는 숙명여고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1심 재판부는 자매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2심에서 검찰은 “죄가 명백한데도 수사를 받으면서 범행의 부인을 넘어 법과 사회질서를 부정하는 반사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자매의 아버지는 앞서 별도의 재판에서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실형을 확정 받았다.

쌍둥이 자매는 지난 2018년 숙명여고에서 퇴학 처분됐다. 쌍둥이 자매와 아버지는 그간 형사 재판에서 일관되게 “노력을 해서 성적이 올라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중상위권이었던 자매 성적이 1년여 만에 급상승해 나란히 전교 1등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이밖에 자매는 시험지 한쪽에 작은 글씨로 모든 문제의 정답을 적어뒀고, 교사 실수로 정답이 정정된 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을 써냈다가 오답 처리되기도 했다.

쌍둥이 동생은 화학시험에서 일반적인 풀이로는 나올 수 없는 답을 전교생 중 유일하게 써냈다. 이는 화학 교사가 잘못 기재했던 정답과 일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쌍둥이 자매 중 한명은 지난해 4월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는 욕’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