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주민 공동시설이 들어설 39층 꼭대기층 ’화단’ 타설과정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화재 현장감식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발화점’인 셈이다.
스카이라운지, 게스트하우스, 야외정원 등의 입주민 공용 프리미엄 시설은 층고가 다른 층보다 75㎝ 높게 설계돼 또다른 사고원인으로 작용했다.
그 중에서도 야외정원 화단은 콘크리트 두께가 75㎝로 설계·타설돼 사고 직전까지 하중이 급격히 쏠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39층 화단 구역을 시작으로 23층까지의 하향 ‘도미노’ 붕괴가 순식간에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1일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설계도면, 감리보고서, 근로자 촬영 영상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입주민 공동시설 공간인 39층 슬래브 콘크리트는 다른 층에 비해 두 배 이상 두꺼운 35㎝로 타설됐다.
특히 사고 당시 스카이라운지, 게스트하우스 구역과 야외정원 중간 부분에 75㎝ 높이 화단 조성을 위한 차단벽 타설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붕괴 직전 촬영된 영상에는 화단이 꾸며질 공간 인근 거푸집이 10㎝정도 내려 앉으면서 콘크리트가 한쪽으로 쏠리는 모습이 선명하다.
다른 곳보다 높은 쪽 거푸집이 ‘뿌지직’하는 소리를 내면서 갑자기 부서졌고 직후 콘크리트가 급속히 흘려내려 바닥이 순식간에 꺼지게 됐다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장면이다.
결국 무릎 높이의 콘크리트 차단벽이 허물어지고 낮은 쪽으로 짧은시간에 흘러내리면서 연쇄적으로 붕괴사고가 났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스카이라운지가 들어설 예정이던 구역 높이 역시 화단 쪽보다 50㎝ 정도 높게 집중적 타설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바로 아래 배관설비 등이 지나는 피트층으로 인해 높이 차이가 현저한 설계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광주지역 건설업계 종사자는 “고급스런 공간연출을 위해 프리미엄 시설은 다른 층보다 더 천장을 높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콘크리트 타설량과 비례해 동바리(지지대)를 더 늘리고 오래 남겨뒀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영상에서 굳지 않은 콘크리트가 쏟아져내리는 지점이 화단 위치와 일치한다”며 “사고 원인과의 연관성을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