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서버 개조해 불법 ‘투견 도박장’ 운영 일당 기소

입력 2022-01-20 20:07
사설 서버 내 '투견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화면. 서울중앙지검 제공

리니지 프로그램을 토대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불법 도박 게임을 제작한 뒤 사설 서버로 제공, 수익금을 암호화폐로 세탁한 조직원들이 무더기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검찰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범죄수익 환수 역량이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진승)는 리니지 사설 서버를 운영하면서 수백억원대 게임 머니를 환전하고 수익금을 암호화폐로 송금한 A씨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0일 밝혔다. 2020년 2월부터 리니지 사설 서버상의 도박장을 운영해온 이들은 도박공간개설, 저작권법위반, 게임산업진흥법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6월 7명이 먼저 검거돼 불구속 기소됐고 이날 6명이 추가 기소됐다. 13명 중 4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게임이지만 이들은 회사와 무관한 불법 서버를 개설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했다. 이들은 이용자들이 ‘버그베어 경주(말 대신 리니지 게임 내 ‘몬스터’인 ‘버그베어’를 경주시키고 돈을 거는 도박 게임)’나 ‘투견’ 등 미니 게임으로 도박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작(改作)했다. 게임 머니를 환전해 생긴 수익금은 암호화폐로 변환, 해외 거래소를 거쳐 개인 지갑으로 송금했다.

각 환전상은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은 채 ‘대포폰’으로 가입된 소셜미디어로만 이용자와 대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에게 먼저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연락처를 요구해 이용자가 이를 모두 제공한 경우에만 환전거래를 했고, 범행 결과 발생한 수익은 당일 해외 암호화폐로 전송했다.

검찰은 27만건의 통화, 260만건의 계좌거래, 5만건의 블록체인 거래를 추적해 이들의 범행을 밝혔다. 대인 조사를 선행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수사 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에 새로운 수사기법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은닉재산을 먼저 파악해 보전한 뒤 피의자들을 검거하고 조사하면서, 검찰은 10억25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지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조세피난처 소재 해외 거래소 암호화폐 3억원 상당을 보전 조치하는 성과도 있었다.

주임검사가 직접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와 협의한 뒤 한국 법원의 몰수보전명령을 번역 집행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미 달러와 1대 1로 교환되는 ‘테더’ 코인 3억원, ‘이더리움’ 2억4000만원 상당이 보전됐다.

검찰은 이날 “범죄수익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안은 검찰 수사권이 없는 죄명이라도 예외적으로 수사 개시가 가능하도록 법령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언론에 전했다. 유사 범행이 다수 진행되고 있는데, 사경 송치 관련 사건이 없는 한 수사 착수 및 범죄수익 환수가 불가능한 현실의 문제점을 짚은 것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