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8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1주년에 맞춰 대미 압박 수위를 대폭 높였다.
특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 이후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 시점에 북한이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위험한 불장난을 시도할 경우 핵실험보다는 ICBM 발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사거리를 늘린 ICBM이나 ICBM에 준하는 전략무기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지난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정치국 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어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전면 재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신뢰구축조치’는 북한이 2018년 4월 선언한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단(모라토리엄)이다.
자신들의 ‘선의 조치’에 미국이 화답하지 않기 때문에 3년 9개월 만에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형성해 내부결속을 꾀할 필요가 있다”며 “ICBM을 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1만5000㎞ 사정권의 ICBM을 얘기한 만큼 사거리를 늘린 ICBM을 실험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쏜 ICBM ‘화성-15형’의 사거리는 1만3000㎞다.
북한이 2020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다탄두(MIRV) 형상의 신형 ICBM 시험 발사를 감행할 수도 있다.
길이가 23~24m로 ICBM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어 ‘괴물 ICBM’이라고 불린 이 미사일은 이론적으로는 미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실험 재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핵폐기장 복구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핵실험을 대미 압박 카드로 쓰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현재로선 더 우세하다.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를 마친 극초음속미사일 외에 군 정찰위성이나 사거리를 늘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시험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영향력을 극대화할 타이밍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생일 80주년(2월 16일)과 김일성 생일 110주년 등의 일정도 있고, 한국 대선과 미국 중간선거 등도 고려 대상이다.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있는 3~4월도 거론된다.
정부는 “상황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에 면밀히 대비하는 한편 미국 등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