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갈등을 빚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의 다툼이 법정 공방으로 확전됐다. 서울시가 ‘교육경비보조금’ 조례안을 재의결한 시의회를 상대로 대법원에 제소하고 나섰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시의회를 상대로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문제가 된 조례안은 교육경비 보조금 규모를 해당 연도 본 예산 세입 중 보통세의 0.4% 이상 0.6% 이내 금액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다.
기존 조례에서 교육경비보조금 규모를 해당 연도 본 예산의 세입 중 ‘보통세의 0.6% 이내’로 규정하던 것을 개정 조례에서는 비율의 하한을 뒀다. ‘보통세의 0.4% 이상 0.6% 이내’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교육경비보조금을 보통세의 0.6% 이내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반드시 0.4% 이상으로 배정해야 한다.
교육경비보조금은 교육청에 교부돼 유치원·학교·학생 교육 등에 사용된다. 올해 예산에는 총 520억원이 반영됐고, 보통세의 0.31% 규모다.
서울시는 개정 조례안이 지자체장 고유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지자체장에 교육경비보조금 편성·교부 재량권을 부여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의 취지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개정 조례안은 2020년 10월 발의됐다. 당초 개정안에서는 보조금 범위를 ‘보통세의 0.5% 이상’으로 규정했다가 서울시가 반발하자 ‘보통세의 0.4% 이상 0.6% 이내’로 수정했고, 같은 해 12월 시의회에서 의결됐다.
그러자 서울시가 이듬해인 지난해 1월 초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이때는 오 시장이 취임하기 전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재의요구안에서 “개정안은 보통세 일정률 이상을 매년 고정적으로 교육경비보조금으로 전출하게 한 것으로 예산 편성 이전에 보조의 규모를 실질적으로 결정해 지자체장의 예산편성권을 제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의회는 결국 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해 31일 이 조례안을 다시 의결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시 측은 “새로운 재정부담을 수반하는 조례를 의결했음에도 미리 지자체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절차를 위반했다”며 “해당 조례안의 효력이 발생하면 시 재정 건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무효 확인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도 동시에 신청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의 대법원 제소에 대해 철회를 촉구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교육협력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보조금의 하한선을 정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 아니다”라며 “예측 가능한 범위로 한정하는 정도의 개정인만큼 서울시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오 시장은 서울시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호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여유로운 서울시교육청에 양보와 배려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세입보다 세출이 적어 흑자 재정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교육청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각종 사업이 적지 않은데 곳간을 쥐어짜고도 여력이 없는 빚투성이 서울시의 부담을 덜어달라”고 요구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