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원래 보궐선거는 전략공천”이라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모두 전략공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오는 3월 9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종로·서초갑, 대구 중남구, 경기 안성, 청주 상당 등 5곳에 모두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에 “여의도에서 대선을 6번 경험한 건 저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전날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만찬에서) 대선판 흐름을 보고 판을 짜달라는 게 윤 후보의 요구이고,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 두 가지 요청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몰라도 된다”고 답하면서도 “생각한 것보다 윤 후보가 정직하고 분명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와 비공개 만찬 회동을 약 2시간30분 동안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서울 종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전략공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원장과 이 전 구청장은 대선 경선 때 홍 의원을 도왔던 이들이다. 최 전 원장은 지난해 10월 8일 경선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뒤 홍 의원 지지 선언을 했다. 경선 때 홍 의원의 대구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 전 구청장은 지난 14일 대구 중남구 보선 출마 선언을 했다.
홍 의원은 전날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청년의 꿈’에 글을 올려 “윤 후보와 만찬을 하면서 두 가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첫째는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를 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 달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처가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이 최 전 원장과 이 전 구청장의 전략공천을 요구한 것은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공천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 훌륭한 분들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추천한다고 무조건 공천이 되는 것은 아니고 합리적 의견 수렴과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윤 후보가 홍 의원의 요구를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는 정치 입문부터 지금까지 공정과 상식, 원칙에 따라 임해 왔다”며 “남에게 적용했던 법의 잣대가 후보 가족에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 또한 일관되게 견지해온 철학이며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의 두 번째 요구 조건인 ‘처가 비리 엄단 선언’에 대해 윤 후보가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대변인은 “홍 의원은 당의 소중한 어른이자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며 “홍 의원의 제언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홍 의원의 전략공천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가 완곡히 거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얼마 전 당에 있는 모든 분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란 점을 분명히 말한 바 있다”며 “만일 그렇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 자격은커녕 당원으로서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홍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자기 사람을 심는 모습을 보이고 이를 윤 후보가 받아주는 모습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강보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