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9일 “제가 반대해온 것은 독점과 담합, 갑질 경제이자, 민주주의 밖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헌법 규범의 토대 위라면 그 누구보다도 기업을 위해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친노동 성향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가 대기업 총수를 만나 협력 의지를 어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심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 “기업과 경영인, 노동자는 헌법적인 규범 위에서 함께 서야 한다는 것이 저와 정의당이 가진 큰 원칙”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만약에 그 점에 동의가 된다면 이견은 좀 있을지라도 미래를 위해서 협의하고 또 대화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저는 일찍부터 기업을 투쟁의 대상으로만 봐온 사람이 아니다. 규제나 페널티가 정책 전부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며 “활기찬 민간 기업이 있어야 혁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최 회장에게 “기업인 중에서는 심상정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반기업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회장님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최 회장은 대답 대신 살짝 웃어 보였다.
다만 심 후보는 최근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을 언급하며 “(기업의) 제1의 실천 과제는 안전 문제다. 우리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을 이제는 떨쳐버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 회장에게 “SK 그룹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하겠다고 말씀하셔서 굉장히 놀랐다. 우리나라 기업도 이런 목표를 이렇게 책임 있게 제시한 기업이 있다는 게 굉장히 뿌듯했다”며 “대한상의 안에서도 이런 녹색 전환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목표 설정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ESG(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개선) 경영은 이제 트렌드다. 국제적으로도 ESG를 잘 이행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빼버린다”고 화답했다. 이어 “기업들이 ESG를 잘 정착하고 트렌드에 맞출 방법들을 많이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대한상의 명의로 경제계 제안을 담은 ‘대선제안집’을 심 후보에게 전달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