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콘크리트 양생, 공사 기간이 화근’…광주경찰 전방위 수사

입력 2022-01-19 16:06 수정 2022-01-19 16:39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9일 콘크리트 양생 부실과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으로 붕괴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따라 구체적 사고원인·책임자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1일 오후 붕괴 직전까지 201동 38층 꼭대기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진 점을 중시하고 공사 과정에 하부층 동바리(비계 기둥)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붕괴사고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자들이 공정별 안전수칙·공법을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도 명확히 파악할 방침이다.

경찰은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기 전에 36~38층 타설 작업을 강행해 붕괴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하고 현산 본사가 계약업체에 공사기간 단축을 지시했는지와 부실시공에 대한 자체 점검을 해왔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붕괴 직후 낙하한 201동과 붕괴 조짐이 제기된 203동 등의 콘크리트 시료를 광범위하게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 시공사 현산은 경찰이 30여개의 콘크리트 시료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정작 사고가 난 38층 콘크리트 샘플을 빼돌렸다가 하루 만에 임의 제출해 눈총을 샀다.

경찰 관계자는 “붕괴지점과 가장 가까운 38층 콘크리트 샘플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현산이 해당층 몰드 공시체(샘플)를 뒤늦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확보한 샘플을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증거확보를 위한 압수수색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40분부터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등과 합동으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서울 용산 본사, 공사 인·허가를 내준 광주 서구청, 자재공급업체, 설계사무소 등 5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오후 3시30분까지 5시여동안의 압수수색에서 시공 계획서는 물론 콘크리트를 포함한 각종 자재와 추정 사고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무지보(데크 플레이트) 공법 일정 등이 담긴 컴퓨터와 서류 등을 다수 확보했다. 콘크리트 양생 부족과 공기 단축 강행 등 부실공사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줄 핵심 자료다.

경찰은 특히 38층 타설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지 않았는데도 하부 2~3개 층의 무게를 지탱하는 동바리를 서둘러 제거한 경위를 철저히 규명할 방침이다. 본사 지시에 따라 서둘러 이를 제거하고 보완 구조안전 설비인 파이프 서포트(임시 하중 견디는 수직 부재 삽입 등 강관) 등을 설치 하지 않아 연쇄 붕괴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붕괴사고 직전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가 피신한 작업자 8명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은 시공사 현산과 골조공사 계약을 한 A사가 아닌 콘크리트 펌프카 장비임대 업체 B사 소속으로 그동안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고질적 사고원인으로 꼽혀온 재하도급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타설 작업을 실제로 현장에서 누가 관리·감독했는지가 사고원인과 책임자 규명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계약 과정의 불법성을 입증할 서류가 확보된만큼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