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수색 ‘감감무소식’… 가족들 “정부 나서 달라”

입력 2022-01-19 14:10
19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가 상층부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과 광주시, 광주 서구청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실종자 가족 대표 안모씨는 19일 처음으로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서 “구조 과정이 어렵다는 걸 이해하고 있지만, 너무 답답해 가족들과 함께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대산업개발과 광주시청, 광주 서구청이 시간을 끌면서 구조를 지연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방패 삼아 책임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붕괴 사고로 폐쇄된 인근 상가 피해자들과 화정아이파크 예비 입주민들로부터 ‘광주 서구청에 대책을 요구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데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수색 방법을 물어도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시간 지연을 위해 회의 모양새만 내는 것 같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희망을 포기한 뒤 사망자를 수습하면 된다고만 생각하는 듯하다”고 성토했다.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상층부 수색 과정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구조 당국은 사고 당시 붕괴 이후 기울어진 타워크레인의 해체를 지난 16일에 완료한다고 밝혔으나, 안전성 확보 문제를 이유로 오는 21일로 연기했다. 또 전문가 회의에서 구체적인 수색 방법에 대해 결론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행정안전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다녀가도 달라지는 게 없다”며 “현대산업개발은 물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광주시와 서구청은 (시간을 끌기 위해)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광주시와 서구청을) 구조 작업에서 배제하고 정부가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시간이 지연돼 시민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실종자 가족들만 현장 주변에 남아 조용히 마음을 삭일 것 같다”며 “조 당국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며 아침에, 오후에, 저녁에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황이 정말 힘들다”고 호소했다.

지난 18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22층에서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잔해 사이로 탐색 장비인 써치탭(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부착된 봉)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다른 실종자의 자녀는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아서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실종자들 모두 소중한 국민이니 최대한 빨리 구조와 수색에 나서 달라”고 울먹였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201동(완공 시 39층 규모) 23~34층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번 붕괴 사고로 공사 작업자 6명이 실종되고 1명은 다쳤다.

실종자 중 1명은 붕괴 나흘째인 지난 14일 지하 1층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외벽과 구조물이 붕괴한 동의 28~31층에서 창호 공사 등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남은 5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진행 중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