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공개 욕설 녹음파일’의 폭로로 수세에 몰리면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후보 가족의 과거 호소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 후보 지지자를 중심으로 이른바 ‘형수 욕설’ 논란의 진상을 밝히면서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18일과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재명 시장 가족문제 더 이상 정치악용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 글은 이 후보가 2014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가족 문제로 공세에 시달리자 그의 가족들이 직접 쓴 것이다. 2014년 6월 2일자로 작성된 이 호소문에는 이 후보의 어머니 구모씨와 7남매 중 5명의 실명이 적혔다. 이 후보와 극한 갈등을 빚던 셋째 형 고(故) 이재선씨의 이름은 빠졌다.
이 글을 작성한 이 후보의 둘째 형 재영씨는 당시 “너무 마음 아프고 불편한 일이라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그래서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제가 대신해서 쓰면서 저희의 간절한 마음을 모아 호소드리려 한다”고 글을 시작했다. 재영씨는 이 글에서 이 후보를 ‘넷째’로, 형 재선씨를 ‘셋째’로 적었다.
재영씨는 “과거 가난했지만 가족은 단란한 분위기였다”고 운을 띄웠다. 재선씨가 이 후보가 받은 장학금으로 도움을 얻고 회계사가 된 일도 언급했다. 그는 “풍족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형편이 오히려 가족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갈등이 시작된 건 재선씨가 결혼한 이후였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부터 갑자기 셋째가 사람이 바뀌었다”며 “주기적으로 이상한 행동을 했고, 심지어 자신을 예수나 부처보다 위대하다며 아무에게나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조울증과 정신질환증세를 보여 정신과 약물치료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넷째가 시장이 된 후 셋째가 이런저런 청탁을 했는데 동생이 단호하게 거절하고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셋째는 돈을 안 준다는 이유로 차마 입에 못 담을 폭언을 하고 십년 가까이 인연을 끊었던 어머니를 2012년에 갑자기 찾아가 ‘동생에게 전화연결 하라’며 집과 교회에 불을 질러 죽인다고 협박해 하는 수 없이 전화연결을 해 주었다가 형제간에 심하게 싸운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영씨는 이른바 ‘형수 욕설’이 배경이 된 사건도 언급했다. 그는 “그러다 셋째부부는 결국 어머니께 자식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패륜을 저질렀다”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험한 말로 살해 협박을 하고 그 처는 이에 동조해 ‘살해 협박’을 한 셋째의 폭언을 ‘철학적 표현’이라고 두둔하며 어머니와 가족들을 능멸했다”고 적었다.
그는 “셋째부부의 패륜적 협박과 폭행 때문에 가족 간 심한 말다툼이 벌어졌다”며 “잘못된 일이라 생각이 들면 참지 않는 성정의 넷째도 시장이라는 체면을 잊은 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셋째부부의 패륜행위 때문에 셋째부부와 형제들 간 심한 말다툼이 여러 차례 있었고 셋째부부가 말다툼을 녹음해 일부만 편집 왜곡해서 새누리당 측 인사들과 함께 공개해서 넷째를 몹쓸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며 “집안일이라 해명할 수도 변명할 수도 없는 넷째, 아무리 시장이라지만 얼마나 억울하고 가슴 아프겠느냐”고 토로했다.
재영씨는 당시 글에서 “정치가 무엇이라고 이렇게 한 가족을 갈기갈기 찢어놓느냐”며 “제발 저희 가족 일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가족 간 불화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두려워 죄인처럼 숨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에게 있을 수 없는 패륜행위를 저지른 셋째의 처까지 불러내 또다시 그 일을 들먹이고 있다.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고 적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