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크라에 무기 지원 검토…백악관 “극도로 위험한 상황”

입력 2022-01-19 05:10 수정 2022-01-19 09:16

미국 백악관이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공 미사일 등 공격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유사 상황 발생 시 대응 방안도 하달한다. 모두 실제 전쟁 반발 시 대응에 초점을 맞춘 조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단계에 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냉혹할 수 있다”며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러시아는 지속해서 외교적 긴장 완화에 반하는 행위를 해왔다. 1~2월 사이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는 상태”라고 경고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군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옵션을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미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탄약과 박격포,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견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해 왔다. 그러나 CNN은 “이미 특수작전부대가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CIA가 이를 지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지난 12일 키예프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면담했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무기 조달과 (전략) 조언 등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군대와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이 같은 논의는 러시아가 국경 주변에 군 병력 증강을 강화한 뒤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미 상원의원 7명도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또 다른 군 소식통은 “아직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은 초기 검토 사항”이라며 “아직 공식 지침 변경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오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논의한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이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완화를 위한 러시아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할 것”이라며 “블링컨 장관은 외교적 출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50%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이번 만남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러시아와 주요 관심사를 공유하고, 공통점을 찾을 기회가 있는지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미·러 외교 수장의 만남은 지난달 2일 스웨덴 스톡홀름 회동 이후 처음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전화해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경로를 지속할 것을 언급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약속에 대해서도 재차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번 만남이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미 고위 당국자도 “러시아가 진정으로 외교에 관심이 있는지, 진지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는지, 핑계를 삼기 위해 논의를 할 것인지를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다음 달 10~20일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와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러시아는 최근 벨라루스에 병력과 군수장비를 배치하고 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훈련이나 일반적인 부대 이동이 아니다. 러시아가 침공을 계획하면서 위기를 일으키거나 거짓 구실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한 힘의 과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다음 달 벨라루스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열린다. 개헌 사안에는 러시아 군대가 벨라루스에 주둔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문구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과 핵무기를 자국 영토에 주둔시키려는 계획을 나타낼 수 있다”며 “대응이 필요할 수 있는 유럽 안보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18∼20일 우크라이나와 독일을 방문한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과 회동하고,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에게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국무부 방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20일에는 베를린에서 독일, 영국, 프랑스와 대응책을 논의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