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18일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영입했다.
안 후보는 이날 일정까지 취소하며 최 명예교수의 고향인 전남 함평의 자택을 직접 찾았다.
안 후보는 1시간가량 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최 명예교수를)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이렇게 찾아뵀다”며 “참 어려운 부탁인데,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 마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중도 확정성이 있는 최 명예교수를 선대위 ‘원톱’으로 내세우면서 20%대 지지율을 뚫고, 대선 캠페인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노장 철학의 대가인 최 명예교수는 ‘5·18역사왜곡처벌특별법’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문재인정부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해 온 인사다.
안 후보는 최 명예교수와 회동을 마친 뒤 “평소에도 최 교수님을 존경해왔다”면서 “반드시 선거에서 승리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또 “우리나라에 이데올로기가 참 없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다”며 “(최 명예교수가) 캠프의 사상적 중심이 돼 주시고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환경과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중에게 열심히 알려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도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도덕적 결함이 하나도 없는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최 명예교수는 “오늘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철학자가 험한 정치의 영역에 들어가면 망신만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그런데도 안 후보를 도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이어 “정권교체도 중요한 사명이지만 그다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안 후보가)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고 실천적 역량도 갖고 있다”며 “나라를 살리는 마음으로 안 후보를 돕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최 명예교수는 19일부터 서울 여의도 당사로 출근해 업무 전반을 살필 예정이다. 최 명예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가 영입한 첫 인사다.
안 후보는 최 명예교수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안 후보는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일정을 취소하고 최 명예교수 자택으로 향했다.
최 명예교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교수로서 정치권 밖에서 조언을 해봤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 정치에 직접 참여해 국가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게 최 명예교수의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국가운영에 대한 안 후보의 철학에 공감해 선대위 합류를 전격 결정했다고 한다. 과학을 중심에 두고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안 후보의 생각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최 명예교수는 안 후보가 대학에서 기초 의학을 전공한 것과 안랩을 창업한 점 역시 과학의 중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가 “10년 안에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고 강조했던 것도 마음을 움직인 요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명예교수는 저서 ‘대한민국 읽기’ 등을 통해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 2020년 12월에는 5·18역사왜곡처벌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판하는 시를 발표하며 “민주고 자유고 다 헛소리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