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새해 학기 초 짧은 기간에 목돈을 벌어 1년을 버티는 데 정말 걱정입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8일째에 접어들면서 인근 상인들이 생계 걱정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붕괴사고 직후 자의 반 타의 반 ‘개점휴업’에 들어간 금호하이빌 문구도매상가 상점 60여 곳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음력설과 학기 초 대목을 놓치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고현장과 불과 10여m 밖에 되지 않는 문구 상가는 붕괴사고 당시 전신주 변압기가 파손되면서 한때 전기공급이 끊겼다. 얼마 후 정전 사태는 벗어났지만 2차 붕괴 우려에 따른 ‘대피명령’과 함께 통제구역으로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발급받은 상가 통행증은 안전사고를 염려하는 사고수습통합대책위의 일방적 제지로 무용지물이 될 때가 적지 않다.
매장 내부에 날아든 콘코리트 덩어리 수십개에 맞아 정문과 간판, 철제 구조물 등이 부서진 곳도 부지기수다. 지하주차장이 폐쇄되면서 기존 계약한 납품을 할 수 없게돼 오래된 거래처마저 남에게 빼앗길 처지다.
“처음엔 붕괴사고 소식을 들은 거래처 지인들이 괜찮냐고 전화를 걸어오더니 이제는 그런 안부도 가뭄에 콩 나듯 합니다. 거래처를 바꿔도 무조건 생떼를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상인들은 인명구조와 수색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코로나19에 따른 장기간 영업부진에다 느닷없는 붕괴사고까지 겹치자 울상을 짓고 있다. 실종자 6명 중 1명이 지난 14일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혹시 1명이라도 생환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한 채 더딘 구조작업이 며칠째 지루하게 이어지자 상인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영업 정상화를 위한 기약도 영업 손실에 대한 대책도 없는 암울한 현실속에서 상인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꾸린 일명 현대아이파크 피해대책위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대책위 상인들은 “수색작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나 광주시와 서구청 등은 피해 상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다”며 “자금난으로 매출이 50% 이하로 급감한 이번 달부터 당장 직원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고 밝혔다.
상가 1층 완구도매상을 운영하는 대책위 홍석선 대표는 “실종자 가족들이 오히려 먼저 미안하다고 해서 더욱 안타깝다“며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을 뿐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하는지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화정아이파크 착공 이후 땅이 일부 꺼지고 건물에 금이 가는 것도 모자라 합판 쇠못 등이 하늘에서 날아들더니 끝내 신축 중인 아파트 외벽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며 “2019년부터 1500번 이상의 민원 제기에 솜방망이 행정처분만 내린 결과가 유례를 찾기 힘든 붕괴 참사로 이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동안 건물의 균열 피해와 함께 붕괴 조짐을 감지해온 상인들은 18일 “문구류 도매는 학기 초 수익으로 1년을 먹고 살아야 하는 데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며 “그동안 현대산업개발과 지자체가 상인들의 끊임없는 민원 제기에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다면 제2의 학동 참사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