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의 마지막 대유행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미국의 전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17일(현지시간) 말했다.
경제매체 CNBC와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수석 의학고문이기도 한 파우치 소장은 이날 화상회의로 진행된 세계경제포럼(WEF)의 ‘다보스 어젠다’에서 “그게(오미크론 변이) 모든 이가 바라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백신 접종이 될지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우세종이던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은 강하지만 중증화율은 낮은 특성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미크론이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동시에 자연면역 효과를 일으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종식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우치 소장의 발언은 이 같은 희망 섞인 전망은 섣부른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파우치 소장은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는 기존 변이의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나지 않을 때만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마지막 변이가 된다고 해도 코로나19 전체의 종식으로 연결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보다는 엔데믹(토착병) 수준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가늠하는 잣대인) 통제는 그것(바이러스)이 계속 존재하지만 그것이 사회에 차질을 일으키지 않는 수준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그게 엔데믹이 뜻하는 바에 대한 나의 정의”라고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엔데믹 단계로 접어들면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 조치는 더 이상 필요 없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질병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바라건대 (전염의) 수준이 낮아져서 그게 정상적인 사회적·경제적·기타 상호작용을 방해하지 않게 될 것이다. 내게는 그게 ‘뉴노멀’(새로운 정상)”이라고 언급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