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새해 ‘연속 도발’…미국 본토에서 주한·주일미군으로 표적 바꾸나

입력 2022-01-17 17:27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1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네 번째 미사일 시험발사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연초부터 무력시위를 쏟아내는 것과 관련해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을 향해선 ‘이중기준’ 철폐를 촉구하고, 북한 내부적으로는 정주년(5년·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주요 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결속용’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 50분과 8시 54분쯤 북한 평양시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북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 비행거리는 약 380㎞, 고도는 약 42㎞로 탐지됐다. 최고 속도는 마하5 내외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열차에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제원이 비슷한 점을 미뤄 KN-23을 재발사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시 2발의 발사 간격이 11분이었던 반면 이날은 간격이 4분 내외로 단축됐다.

발사대가 철로인지 이동식 발사대 차량(TEL)인지 여부는 아직 분석 중이다. 철로라면 수도를 포함한 북한 내 어디서든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을 수 있다.

북한의 연쇄 무력시위를 두고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서만 ‘도발’로 규정하는 국제사회의 ‘이중기준’ 문제 해결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중잣대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를,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2월 김정일 탄생 80주년, 4월 김일성 탄생 110주년을 앞두고 내부결속도 필요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했으면 주민들이 미사일 소리를 듣는 것은 물론 궤적까지 눈으로 봤을 수 있다”며 “미국의 제재에 굴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평양을 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선 정치적 의도도 있지만, 연구개발한 첨단 미사일이 실제 작용하는지 여부를 따져 보기 위해 시험 발사에 열을 올린다는 분석도 있다.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북한이 현실적으로 직접 타격하기 힘든 미국 본토에서 주한·주일 미군으로 표적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정치적·기술적 비용이 막대하다”며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새로운 대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극초음속미사일 같은 전술핵의 사거리를 늘리면 주한·주일 미군기지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본토에 준하는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ICBM보다는 전술핵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