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불면 흔들흔들…23~38층 수색 발만 동동

입력 2022-01-17 17:12 수정 2022-02-05 14:06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17일 저층부에서 고층부로 옮겨졌다. 하지만 구조당국은 실종자 매몰 가능성이 높은 23~38층 수색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119구조대원 200여명과 인명구조견들이 며칠째 번갈아 투입되고 있지만 고층부 수색작업에는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남은 실종자들이 고층부에서 잔해에 깔려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오전 안전진단·구조·크레인·철거 전문가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갖고 고층부에 대한 효율적 수색방안을 논의했다. 지하 4층~지상 2층 수색작업을 벌여온 대책본부는 앞서 지난 14일 실종자 6명 중 1명의 시신을 지하 1층 계단 난간에서 처음 수습했다.

대책본부는 계측 결과 외벽 16개층 슬래브와 측면 외벽이 무너진 201동 건물은 고층부에 새로 생긴 균열이 많아 당장은 구조대원·중장비 내부진입이 어렵다는 결론내렸다. 추가 붕괴와 적치물 낙하 가능성이 여전해 구조대원 안전사고 우려를 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본부는 구조대원과 중장비의 내부 진입에 대비해 3D 영상분석 기능을 갖춘 드론을 처음 투입해 붕괴 건물 내부 현황을 파악했다.

전례가 드문 고층부 외벽 제거 방안에 대해서는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붕괴 가능성이 제기된 잔존 외벽을 제거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잔해 더미를 치우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 여의치 않아 대책본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상 80~130m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상공에서 직접 해체하는 공법 자체가 아예 없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이로 인해 붕괴사고 7일째지만 실종자 발굴은 첩첩산중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외벽 해체 등을 위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전문가들도 유사한 붕괴사고 경험이 없어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더디게 진행 중인 수색·구조 작업의 분수령이 될 크레인 해체작업이 규모가 비슷한 1200t급 해체용 크레인 현장 배치를 마치고 속도를 내는 게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대책본부는 그동안 눕혀 있던 메인 붐(기중기 팔)도 바로 세웠다.

당국은 18일까지 브레싱(고정설비)이 파손된 사고 크레인 고정장치 보강작업을 마친 뒤 19~21일 조정실 등 사고 크레인 윗부분 절반을 해체 작업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지반 보강과 함께 조립을 마친 해체용 크레인은 최대 5대가 투입될 예정이다. 사고 크레인과 규모가 비슷한 1200t 크레인 2대와 크레인 붕괴를 막는 방지 설비를 옮기기 위해 현장에 이미 설치한 250t·200t·100t 크레인 3대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지상 100m 이상 높이에서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 잔해를 안전하게 치울 방안이 마땅하지 않다”며 “더욱이 붕괴 건물에 기댄 채 10~20도 정도 기울어진 140여m의 타워크레인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어 더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원인이 거푸집 지지대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등 부실 공사 탓임을 암시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무지보(데크플레이트) 공법은 거푸집 자체가 콘크리트 타설시 받는 하중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거푸집 작업시 필수적인 동바리 등을 콘크리트 타설 공간에는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이유로 붕괴사고 현장에도 다른 층에 비해 좁은 설비공간(PIT층) 특성상 무지보 공법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무지보 공법을 사용했어도 PIT층 외에 밑 최소 3개 층에는 상층의 하중을 견딜 동바리 설치가 필수적인데, 붕괴 현장인 39층 밑 36~38층에선 동바리를 설치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붕괴사고와 관련,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9명을 추가 입건했다. 또 최초 입건자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에 대해선 기존 건축법 위반 혐의 외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