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밥퍼 존속 여부, “서울시 결단 남았다”

입력 2022-01-17 15:44 수정 2022-01-17 16:04
최일도 다일공동체 대표가 17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무료급식소 증축과 관련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최일도 다일공동체 대표가 서울시가 자신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지 않으면 거리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7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기자들을 만난 최 목사는 “문제가 안 될 걸 문제 삼은 서울시가 고발을 취하하지 않으면 가난하고 헐벗은 이웃을 대신해 거리로 나서 투쟁하겠다”며 “그래서 감옥에 가면 가문의 영광으로 알겠다”고 했다.

최 목사는 “동대문구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증축을 진행하는데 이런 일을 당해 당황스럽다”면서 “구청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건 인근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지 서울시가 주장하는 시유지와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건축허가는 구청의 책임인 만큼 서울시가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34년 동안 밥을 굶는 이웃에게 음식을 대접했던 청량리 밥퍼 사역이 암초를 만나 중단될 위기에 놓인 건 서울시가 시유지인 동대문구 답십리동 554번지 일대에서 지난해 6월부터 무단으로 증축 공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0일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를 동대문경찰서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다일공동체는 1988년 11월부터 ‘쌍굴다리’로 불리는 답십리 굴다리 지하차도에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시작했으며, 2009년부터는 현재 자리에 임시 건물을 짓고 주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 1000명에 달하는 노인·노숙인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시유지에 지은 임시 건물에서 무료 급식을 했던 것에 대해 서울시는 단 한번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다일공동체도 서울시와 해법 마련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서울시 어르신복지과 관계자들과 만난 최일도 목사는 현안에 대해 대화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은영 어르신복지과 과장은 “(서울시의 고발에 대한) 기사가 난 뒤 그에 대한 다일공동체의 입장을 듣고 의논하는 자리였다. 충분히 대화했고 서로 좋은 방향으로 해 보자는 쪽으로 대화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동대문구청이 고발 의뢰한 일은 없고 서울시가 시유지 관련해 고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대문구청은 심정적으로 다일공동체의 증축을 지지하면서도 서울시의 반대로 아직 정식 허가를 내지 못한 상태다. 유덕렬 동대문구청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식당 좌석이 부족해 어르신들이 무더위와 강추위 속에서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게 안타까워 식당을 조금 넓히고 싶다는 최 목사의 설명에 공감해 구청은 증축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며 “하지만 땅 주인인 서울시가 난색을 표하면서 허가 절차가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 구청장은 “지금이라도 서울시장이 굶고 있는 어르신들의 아픔을 생각해 증축을 허락하면 모두 해결된다”며 “사실 시나 구청이 해야 할 일을 종교단체가 대신하고 있는데 이런 선한 일은 돕는 게 맞다”며 서울시의 결단을 촉구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