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방해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라고 권고했다. 수요시위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인권 운동이라는 상징성에 주목했다.
인권위는 “정의기역연대가 매주 수요일에 개최하는 수요시위를 겨냥한 반대집회가 1년 이상 지속됐지만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긴급구제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반대집회 탓에 수요시위 진행에 방해를 받고 있지만 집회시위 등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지난 5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또 인권위가 진정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 긴급구제 조치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반대집회는 정의연 후원금 횡령 의혹이 불거진 이후인 2020년 5월부터 시작됐다. 불침번을 서가며 수요시위가 이뤄지던 서울 종로구에 있는 소녀상 앞을 선점하고 있다. 정의연은 상징성이 큰 이곳을 내주고 인근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하고 있지만 반대집회의 고성과 폭언 탓에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권위는 경찰에 “반대집회가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두 집회가 동시에 인접해서 이뤄져도 반대집회 측이 소음 등을 유발해 수요시위를 방해하거나 위안부 피해자와 참가자에 대한 모욕을 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저지할 것을 당부했다.
경찰 측은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고, 집회를 제지한다면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수요시위의 역사적 상징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시민사회가 일본 제국주의가 자행한 반인도적 범죄에 책임을 묻는 세계사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운동이고, 1992년 1월 이후 30년간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이뤄진 세계 최장 집회라는 이유다.
인권위는 “이번 진정 건은 보호받아야 할 두 개의 집회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이뤄질 때 조정하는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세계 최장기 집회를 보호하는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