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음이 공개된 뒤 대선 테마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김씨 남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테마주는 상승한 반면 야권 지지자 사이에서 그의 대안 주자로 지목됐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테마주는 하락했다.
합성수지·피혁 제조사인 덕성의 우선주 덕성우는 17일 낮 12시55분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26.52%(4350원) 급등한 2만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덕성은 8.09%(1250원) 오른 1만6700원을 가리켰다. 모두 윤 후보와 학연·지연으로 엮인 기업이다.
윤 후보의 다른 테마주인 서연은 6.53% 상승한 1만3050원, 웅진은 4.66% 뛴 2020원에 매매되고 있다. 서연은 사외이사 한 명이 윤 후보의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웅진의 윤석금 회장은 윤 후보와 같은 파평 윤씨다. 서연은 사외이사에 대해 “동문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친분은 없다”며 윤 후보와의 관계를 부인한 바 있다.
가장 주목받은 종목은 건축설계·감리업체인 희림이다. 희림은 30.30%(1830원) 급등한 7930원을 기록해 상한가에 도달했다. 희림은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콘텐츠의 최대 후원사로 윤 후보의 테마주에 들어갔다. 대선 테마주는 정치적 이슈를 재료로 소화한 뒤 급락한 경우가 많았다. 언제든 매도세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 16일 밤 김씨와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소속 이명수씨의 전화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지난해 7~12월 사이에 50여 차례 오간 통화 7시간43분 분량의 일부다. 공개된 통화 내용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김씨를 둘러싼 잡음을 일부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씨는 이씨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선대위에 대한 부정적 의견, ‘미투’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드러냈지만 ‘쥴리’의 실체나 ‘검사 동거설’ 등의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통화 녹음을 MBC에 제공한 서울의소리의 백은종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괜히 MBC에 줬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윤 후보의 대선 테마주가 이날 개장한 증권시장에서 일제히 상승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정치권과 달리 돈에 냉정하게 움직이는 개미는 김씨의 7시간 통화 내용 공개의 수혜가 윤 후보 쪽에 돌아갔다고 판단한 셈이다.
반면 안 후보 테마주인 안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안랩은 같은 시간 코스닥에서 13.22%(1만3900원) 급락한 9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안랩은 1995년 안 후보가 창업한 안철수연구소의 후신으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업체다. 안 후보의 정치 행보마다 테마주로 엮여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