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시험 특혜 논란’ 헌재로…“전관예우 부당”

입력 2022-01-17 10:37 수정 2022-01-17 11:23
17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관계자 등이 세무사 자격시험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일반 응시자가 큰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들고 있다. 연합

세무사 자격시험 수험생들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생에게 유리한 시험 구조를 비판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재직 20년을 넘은 세무공무원 응시자는 2차 시험 절반을 면제받을 수 있어 일반 응시생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등에 따르면 세무사 자격시험 수험생 256명은 이날 오전 10시 헌법재판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세무사 합격자 선정 방식이 응시생 유형에 따라 분리토록 하는 대통령령이 제정되지 않았고, 기재부 장관이 상대평가를 통해 합격자를 결정하는 현행 방식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세무공무원 출신들이 특혜성으로 대거 세무사 시장에 진출해 일반 응시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은 지난해 9월 치러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 당시 세법학 1부 4번 문항에서 0점을 받은 일반 응시자들이 속출하며 시작됐다. 세무사 2차 시험의 경우 회계학 1·2부, 세법학 1·2부 등 4개 과목 평균 점수가 높은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이 중 한 과목이라도 40점을 넘지 못하면 과락으로 탈락하게 된다.

지난해 2차 시험 중 세법학 1부 과목에서 응시생 3962명 중 82.1%인 3254명이 과락을 받았다. 최근 5년간 해당 과목 평균 과락률이 40%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생각하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다. 세법학은 ‘서술형 주관식’ 문항으로, 채점자의 주관에 따라 점수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생 728명 중 482명은 세법학 1부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현행법상 세무공무원 경력 20년을 넘기면 2차 시험 4과목(회계학 1·2부, 세법학 1·2부) 중 세법학 2과목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국세청 근무 경력 10년 이상에 5급 이상으로 재직한 경력이 5년 이상인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응시생 다수가 과락인 시험 과목을 세무공무원 출신들이 응시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올해 합격자 중 세무공무원 출신이 이례적으로 많이 나왔다. 지난해 세무사 자격시험 전체 합격자 706명 가운데 세무공무원 출신은 3명 중 1명꼴인 237명(33.6%)이다. 이 중 151명이 2차 일부 과목을 면제받았다.

일반 응시생들은 “세무공무원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의도적인 난이도 조작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이 의도적으로 초고난도 문제를 출시했다는 것이다. 현재 산인공 상급 기관인 고용노동부가 이와 관련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부는 산인공이 국세청 근무 경력을 알면서도 출제위원으로 위촉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보는 중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