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대책을 내놓고 대주주로서 책무는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광주에서 두 건의 대형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총체적 부실기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아이파크’ 브랜드 신뢰도도 바닥으로 추락한 데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의 수주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의 계약 파기 요구가 잇따르고 있고, 향후 신규 수주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해지는 등 이번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사고를 낸 데 이어 7개월 만인 지난 11일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외벽 붕괴 사고를 일으켰다. 이번 사고는 현장의 아파트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되던 중 23~38층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사고 이튿날 오전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사고 현장을 찾았다. 유 대표는 공개 사과문에서 “현대산업개발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당시 현장에서 유 대표 등과 사고 수습 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한 뒤 주말 동안 서울 자택에서 거취 문제에 대해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현대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함께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며 2019년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수를 포기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