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매부의 입찰 탈락에 ‘안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입력 2022-01-17 06:00 수정 2022-01-17 06:00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경제·금융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을 위한 경쟁입찰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탈락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 위원장 여동생의 남편이 바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왜 ‘매부 회사’의 탈락에 한숨을 돌렸을까. 한국투자금융은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2016년 우리금융 지분 일부를 사들였고, 지난해 민영화 전환 과정에서 나온 우리금융 지분 일부를 매입하기 위한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추가 지분 확보에 성공할 경우 김 회장은 우리금융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또 이미 한국투자증권 지분으로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이 이번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또 확보하게 되면 김 회장의 우리금융에 대한 입김은 그야말로 막강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융 정책과 금융기관 감독 등을 소관 업무로 하고 있는 고 위원장으로선 매부의 영향력 확대를 마냥 반가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2촌 이내 인척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에 대한 심의·의결에서 제척된다. 한마디로 매부가 우리금융 최대주주에 오를 경우 우리금융과 관련한 주요 정책 논의에서 고 위원장이 빠져야 한다는 말이다. 가계부채 누르기의 선봉장을 자임한 고 위원장은 우리은행을 자회사로 둔 우리금융을 포함한 주요 금융 정책 논의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고 위원장은 2015년 11월 금융위 상임위원을 맡았을 당시 금융위 회의에서 인터넷은행의 예비인가에 관한 안건 논의에서 제척됐다. 당시 한국투자금융이 한국카카오은행(가칭)의 최대주주였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 이번 낙찰자 결정안을 의결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공동위원장도 고 위원장이었다. 낙찰 가격은 지난해 4월 블록세일 주당가격인 1만335원이나 지난해 9월 기준 원금회수주가인 1만2056원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투자금융은 낙찰가격 평균인 1만3000원대가 아닌 1만2000원대 후반으로 입찰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17일 “낙찰자 결정을 앞두고 고 위원장은 속으로 한국투자금융 입찰 가격이 가장 궁금했을 텐데, 한국투자금융이 200원 정도 차이로 낙찰가 평균에 못 미치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크게 안도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