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단색화에 앞서 추상화를 한 작가는 김환기뿐이었을까.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가 이 질문에 답하듯 새해 첫 전시를 마련했다.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이 그것으로 1920년대 생인 이봉상(1916-1970), 류경채(1920-1995), 강용운(1921-2006), 이상욱(1923-1988), 천병근(1928-1987)과 1930년대 생 하인두(1930-1989), 이남규(1931-1993) 등 작고 작가 7명을 다룬다. 40년대부터 90년대에 걸친 이들의 작품 58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는 한국 추상회화의 다양한 얼굴을 되짚고, 그 미술사적 위상을 조명한다. 미술평론가인 경기대 김복기 교수가 총괄기획했다. 제목 에이도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 존재 사물에 내재하는 본질을 가리키는 말로 사상(事象)의 본질을 좇는 추상화의 속성을 에이도스라는 개념에 빗댄 것이다.
이 전시는 한국 추상화의 다양한 양식을 따라잡는다. 형태의 환원과 원시적 비전(이봉상), 순도 높은 시적 정취(류경채), 서체적 충동의 추상 표현(강용운), 서정적 액션의 분출(이상욱), 초현실주의적 신비주의(천병근), 전통 미감과 불교적 세계관의 현대적 구현(하인두),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빛(이남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전시는 한국미술의 지평에 다음과 같은 의제를 던진다. 한국과 서구의 추상회화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한국 추상회화의 가족유사성은 있는가, 있다면 그 조형적 혈맥의 요체는 무엇인가.한국 추상회화는 전통을 어떻게 양식의 자양분으로 삼았는가.동양과 서양 미학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한국 추상화의 역사를 다시 써낼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