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6일 공개 일정을 재개했다. 지난 12일 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간 지 나흘만이다.
심 후보는 이날 예고 없이 광주 서구 신축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사고 현장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천막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했다.
심 후보는 이어 취재진을 만나 “마음이 쓰여서 내려왔다”며 “참사가 났는데 그대로 있기가 죄송해 실종자 가족들을 뵈러 왔다”고 말했다. 다만 ‘가족들에게 어떤 말을 건넸는가’ ‘숙고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심 후보는 질문이 이어지자 “더 드릴 말씀은 없고 추후 기자회견을 통해 말하겠다”며 “그냥 (사고를 보고만) 있는 게 죄송해서 내려왔다”고 했다. 이어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천막으로 간 심 후보는 취재진이 몰려들자 “다음에 인사드리겠다”고 한 뒤 현장을 떠났다.
정의당은 이날 광주 방문에 대해 “심 후보가 숙고 기간 붕괴 사고 현장을 찾지 못해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며 “숙고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조용히 찾아뵙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해온 후보 사퇴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심 후보는 17일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대선레이스에 공식 복귀할 예정이다. 당 대표단과 의원단 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국민 메시지에는 진보 정치 현실에 대한 진단과 전면 쇄신의 필요성, 자신이 생각하는 위기 타개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이미 쇄신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심 후보 칩거 다음 날인 13일 선대위가 일괄 사퇴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5일 비상 연석회의를 열어 선대위 전면 쇄신을 결의했다. 여영국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인적쇄신을 포함한 어떤 성찰도 당 대표로서 수용하겠다. 저부터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