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 불법 조회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반면 정보 유출에 연루된 국정원 차장·정보관과 청와대, 서초구청 직원은 유죄가 확정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선고를 확정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서천호 전 2차장 등을 통해 송모 당시 정보관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첩보를 검증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를 벌이던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검찰과 국정원 사이 갈등이 고조되던 때였다.
검찰은 남 전 원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첩보 검증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남 전 원장이 서 전 차장 등과 지시를 공모했다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혼외자 첩보 검증을 묵시적으로라도 승인했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서 전 차장이 남 전 원장에게 관련 첩보를 보고했을 때 남 전 원장이 “쓸데없는 일을 했다”고 질책에 가까운 말을 했다는 서 전 차장의 진술 등이 영향을 끼쳤다. 남 전 원장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점 등을 볼 때 사후보고를 받은 것만으로는 공모 관계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서 전 차장과 다른 국정원 직원, 서초구청 직원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 선고를 내렸다. 1·2심 모두 서 전 차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국정원 직원 문모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국정원 정보관 송씨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에서 위증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위증 혐의에는 무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는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혼외자 정보를 조회한 김모 전 서초구청 팀장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위증 혐의가 2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벌금이 1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늘었다.
앞서 하급심 재판부는 “혼외자의 개인정보도 헌법과 법률이 보호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정보 수집이 모두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은 엄격한 보호 대상인 개인 가족 정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범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에 법리적 문제가 없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