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통가 근처에서 해저 화산이 분출하며 일본 기상청이 16일 최대 3m의 쓰나미(津波·해일) 경보를 발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1.2m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일본의 쓰나미 경보 발령은 약 5년 만이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0시15분쯤 남서부 제도인 가고시마(鹿児島)현 아마미(奄美) 군도와 도카라 열도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높이는 최대 3m로 예측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沖繩)와 규슈(九州)섬 사이에 있는 아마미 군도나 도카라 열도 일대에 최대 3m의 쓰나미가 밀려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오키나와까지 태평양에 접한 나머지 연안 지역도 쓰나미 주의보가 발령됐다. 높이는 최대 1m로 관측된다. 특히 16일 오전 2시54분 혼슈(本州) 북동부 이와테(岩手)현에 내려졌던 쓰나미 주의보를 ‘예상 높이 3m’를 뜻하는 경보로 격상했다.
아마미시 고미나토(小湊)에서는 전날 오후 11시55분 1.2m 높이의 쓰나미가 확인됐다. 총무성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45분 기준 쓰나미 경보로 아오모리(青森)·이와테(岩手)·미야기(宮城)·지바(千葉)·도쿠시마(徳島)·고치(高知)·미야자키(宮崎)·가고시마(鹿児島)현 등 8개 현 48개 시정촌(市町村·기초지방자치단체) 약 10만1000가구, 약 21만3400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아마미시는 모든 주민에게 높은 곳으로 피난하라고 당부했다. 이와테현 구지(久慈)항에서는 오전 2시26분 1.1m의 쓰나미가 관측됐으며 수위가 상승하고 있다. 혼슈에 속하는 와카야마(和歌山)현 남부 구시모토초(串本町)에서는 90㎝의 쓰나미가 관측되는 등 각지에서 1m 미만의 쓰나미가 확인됐다. 시코쿠(四國)섬의 고치(高知)현 무로토(室戶)시에서 쓰나미에 배가 떠내려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관저 연락실을 설치했다. 총리 관저의 ‘재해·위기관리정보’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관계부처가 연계해 대응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쓰나미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6년 11월 후쿠시마(福島)현 앞바다에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후쿠시마현과 미야기(宮城)현에 발령한 후 5년여 만이다.
이번 쓰나미는 한국시간 15일 오후 1시10분쯤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인근 바다에서 분화한 해저화산 영향으로 추정된다. 이날 통가 정부는 인근 해저화산이 폭발한 직후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인명 피해 발생을 우려한 일본 당국은 바짝 긴장 중이다. 일본에서는 1960년 발생한 칠레 지진의 영향으로 약 하루 뒤에 1∼4m 높이의 쓰나미가 도달해 140여명이 희생된 적이 있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전 2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상청의 미야오카 가즈키(宮岡一樹) 지진정보기획관은 “가고시마현의 아마미 군도와 도카라 열도에 쓰나미 경보를 발표하고,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현까지에 걸친 태평양 측에는 쓰나미 주의보를 내렸다”며 “쓰나미 경보가 발표된 지역에서는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해안과 강변에 있는 사람은 즉시 높은 곳과 피난 빌딩 등 안전한 장소로 피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쓰나미는 거듭해 덮쳐오기 때문에 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안전한 장소에서 떨어져 있지 말아 달라”며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조류 속도가 빠른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에 해안에서 떨어져 경보와 주의보가 해제될 때까지 바다에 들어가거나 가까이 가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