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가던 폴더폰 1대마저 먹통”… 희망의 끈 안 놓는다

입력 2022-01-14 17:47
소방대원이 지난 13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나흘째인 14일에도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기다림은 이어졌다. 전날까지 신호가 가던 실종자 1명의 휴대전화가 이날 먹통이 됐고, 수색도 지지부진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에 따르면 통화 연결음이 가던 실종자의 폴더폰 1대는 이날 완전히 전원이 꺼졌다. 앞서 구조 당국은 전날 실종자 6명의 휴대전화 모두 ‘꺼져있다’고 밝혔지만, 이 가운데 폴더폰 1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신호가 계속 가던 상태였다. 하지만 이 휴대전화마저 신호가 끊기며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가족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구조 당국에도 전달했다고 한다.

수색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전날 지하 1층 계단 난간에서 실종자 1명이 발견됐지만, 이날도 구조 작업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족들은 통제선 앞까지 나가 아버지와 남편이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하며 수색·구조 현장을 말 없이 지켜봤다. 고개를 떨구고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실종자의 노부모는 아직 아들의 사고 소식을 모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자식이 걱정된 부모가 손주에게 “아빠, 왜 연락이 안 되냐?”고 묻자 “아, 아빠 바쁘대요. 요즘 작업이 많아서요”라고 둘러대는 상황이라고 한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나흘째인 14일 구조대원들이 현장 진입로 확보를 위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들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조그마한 실마리라도 잡아보려 안간힘을 썼다. 실종자 가족 대표이자 매형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안모(45)씨는 “생존한 동료 작업자에게 사고 당시 가족의 복장과 최종 위치 등을 알아본 뒤 구조 대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서버에 저장된 출퇴근 기록도 경찰을 통해 확인 중이다. 이 서버에는 현장 CCTV 기록도 담겨있어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는 게 가족들의 설명이다. 다만 이들은 사측이 비협조적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가족들은 일단 조용히 구조를 기다린다는 입장이지만 초조함도 묻어났다. 안씨는 “궁금한 게 많지만, 소방대원들이 우리를 상대할 때 쓸 시간과 에너지를 구조에 써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조용히 기다려주자고 가족끼리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움도 표했다. 안씨는 “원론대로만 구조하지 말고 창의적인 방법이 필요하지 않나. 세상은 달라졌는데 삼풍백화점 붕괴 때랑 구조방법이 똑같다”고 아쉬워했다.

광주=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