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
지난 2010년 개봉했던 영화 ‘부당거래’에 나와 유명해진 대사입니다. 상대방의 선택과 의견, 기분을 존중해주면 처음에는 고마워하다가 두 번째는 당연시하고, 세 번째는 요구하게 된다는 것을 비꼬는 말입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모임 인원 제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설상가상으로 손님들의 이기적인 요구에 몸살을 앓는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화장실과 관련된 웃지 못할 사연들을 이번 글에서 소개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주변에서 제일 깨끗해~”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지난 11일 ‘화장실 한 번만 쓸게요. 안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작성자 A씨는 초창기에는 음료를 안 사도 누구나 화장실을 쓰게 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A씨에 따르면 어느 날 카페를 방문한 한 학생이 음료를 사지 않고 화장실을 쓰겠다면서 옆에 있던 친구에게 “여기 화장실이 이 근처에서 제일 깨끗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신축 건물이다. 방향제랑 세정제도 비싼 거 가져다 놨고 매일 엄청 깨끗하게 청소한다”며 “‘화장실 맛집’으로 소문났나 보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 카페에는 음료를 시키지 않고 매일 같은 시간 화장실을 쓰는 여성도 있었습니다. 결국 A씨는 비밀번호를 변경한 뒤 음료를 주문한 고객에게만 화장실 비밀번호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매일 같은 시간 화장실을 이용했던 여성이 A씨의 설명을 듣고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기분 나쁘다. 화장실 한 번도 못 쓰게 하냐”고 나갔다고 합니다.
A씨는 “그냥 넘어갔더니 다들 너무 당연하게 화장실을 사용한다”며 “배려하겠다고 마음 먹은 제 잘못이다. 어차피 청소하니까 급하면 쓸 수도 있는데 이렇게 막 쓸 줄은 몰랐다”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해당 사연에 누리꾼들은 ‘호의를 베풀면 권리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그런 사람들은 처음에만 미안해하고 나중엔 뻔뻔해진다’‘화장실 청소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일 거다’‘배려해주면 철면피만 꼬인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화장실 비번 바꾼 손님 때문에 문 부쉈네요”
해당 커뮤니티에는 화장실과 관련된 또 다른 에피소드가 다수 올라왔습니다. 지난 12월 6일에는 ‘화장실 비밀번호를 손님이 바꿨는데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글쓴이는 “영업 중에 비밀번호를 바꿔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부쉈는데 피해보상 청구가 가능한가”라고 물었습니다.
누리꾼은 위 사연에 분노하면서도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누리꾼은 “손님이 에어컨을 망가뜨려서 경찰을 불렀지만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출동만 하고 무조건 민사 합의를 하라는 말만 반복한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해당 글에는 본인 가게에도 화장실에서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손님들이 있다는 내용의 댓글이 다수 달렸습니다. 한 누리꾼은 “저희 가게는 도어락 건전지를 자꾸 훔쳐 가는 손님이 있어서 나사를 박아 버렸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건전지뿐 아니라 화장실에 걸려있는 두루마리 휴지까지 가져가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화장실과 관련된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참 다양했습니다. 한 사장님은 ‘음식을 가지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기사님’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몇몇 기사님이 음식을 픽업하고 화장실에 들르실 때 음식을 그대로 들고 가신다”며 “용무를 보고 문 앞에서 가져가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말씀드려야 기분이 상하지 않겠냐”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편의점 점주라고 밝힌 한 사장님은 간편식을 먹는 간이테이블에 뽑는 냅킨 티슈를 놔뒀더니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 가져가더라는 사연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화장실 가는 사람은 그렇게 많아도 막상 편의점에서 휴지를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화장실 맛집’으로 알려져 골머리를 앓는 사장님과 화장실 휴지를 빈번하게 도둑맞는 사장님까지 다양한 사연을 살펴봤는데요, 내가 당연하게 요구하는 서비스가 내 권리에 부합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