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코앞인데…광주 붕괴사고 인근 상인들 속앓이

입력 2022-01-14 11:34

‘인명구조 우선 원칙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애먼 피해를 보는 우리도 정말 힘드네요. 코로나19 여파에 붕괴사고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참고 버텨야 한다는 걸 알지만 생계 꾸리기마저 여의치 않습니다.’

해를 넘긴 코로나19 장기화로 울상이던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현장 인근 상인들이 속을 끙끙 앓고 있다. 지난 11일 붕괴사고 이후 아예 상점 문을 닫게 됐지만 누구 하나 하소연을 들어주지 않아서다. 설 대목이 코앞이지만 먼 나라 얘기나 다름없다.

실종된 근로자 6명이 하루빨리 구조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무너진 건물과 기울어진 크레인을 마주하는 상인들의 심정은 한없이 어둡기만 하다..

붕괴사고 이전에도 건물의 균열 피해를 호소해온 이들은 “기어코 붕괴사고가 나고 말았다”며 “현대산업개발과 지자체 등이 민원 제기에 성의껏 귀를 기울여줬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붕괴사고 나흘 때인 14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인근 도매상가에는 겨울철과 어울리지 않는 밝은 햇살이 드리웠지만, 인상을 찡그린 상인들은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자금난으로 당장 이번 달 직원 급여 지급부터 막막하다는 상인들도 늘고 있다.

공사현장 통제가 계속되면서 매출을 올리기는커녕 생활하기도 몹시 불편해졌지만, 가족이나 직원이 다치지 않는 데 안도할 뿐이다.

사고 발생 직후 추가 붕괴위험이 제기된 상가의 완구, 문구, 화훼업자들은 타의로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 영업을 못 하게 되는 것보다 더 걱정되는 일은 거래처가 이탈해 장기적으로 더 큰 손실을 보게 되는 점이다.

대부분 도매 업체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비좁은 진입로에 차량운행이 통제돼 도매 물품의 운송은 아예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며 “속은 타들어 가지만 실종자 수색이 늦어져 발을 동동 구르는 가족들을 생각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거래처에서 오히려 괜찮냐는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지만 언제까지 납품이 밀리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탄식했다.

생계보다는 생명이 우선이라는 데 공감하지만 구조·수습 작업이 더디게 진행돼 코로나19 불황 속에 손꼽아 기다려온 설 대목마저 놓치게 되지 않을까 상인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근 상인들이 구성한 피해대책위는 이날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착수 이후 곳곳의 지반침하를 시작으로 합판과 쇠못 등이 이따금 떨어지더니 건물 자체까지 균열돼 불안했는데 결국 아파트 상층부 외벽이 허물어졌다”며 “서구에 380여 차례나 민원을 제기했지만 솜방망이 행정처분 외에 돌아온 답변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고 직후 전기공급마저 한때 끊겼다”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마땅히 하소연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종자 6명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누적돼온 코로나 19사태 손실이 누적되는 시점에 붕괴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이제는 매출을 아예 한 푼도 올릴 수 없게 됐네요. 몇 명 남지 않은 직원더러 일을 그만두라고 해야 하는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

바로 옆 상가건물 상인 김모(50)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붕괴사고가 겹쳐 상인들은 너나없이 남몰래 속을 끓이는 처지”라면서 “사고가 하루빨리 수습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문구점 주인 선모(52) 씨는 “주먹만 한 돌이 하늘에서 떨어질 때도 있었는데 그동안 운이 좋아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도대체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