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에 참여한 하청업체 A사 측은 13일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과 감리자의 안전 확인을 거쳐 시키는 대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진행했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2일 A사를 비롯해 하청업체 3곳을 압수수색했다.
복수의 광주 지역 건설현장 근로자들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맡은 A업체는 붕괴사고 이후 주변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원청과 감리자의 승인을 받아 공사를 진행했을 뿐인데, 사고 책임은 하청업체가 지게 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고 건설현장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 전에 가장 먼저 진행하는 일이 철근 감리”라며 “원청과 감리업체에서 현장에 나와 철근 직경은 규격대로인지, 배근(철근을 설계에 맞춰 배열)은 잘 돼있는지, 안전상 이상은 없는지 확인을 한 뒤에야 타설 작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는 매 층계를 올려 타설 작업을 진행할 때마다 이뤄진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공사감리자 이모(63)씨는 “이번 사건도 결국 타설 전 검측을 진행한 원청과 감리업체의 책임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청과 감리의 승인 없이 하청업체가 임의대로 층계를 올려 타설 작업을 진행하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경찰은 작업 기록과 감리 일지 등을 확보해 공사가 무리하게 진행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일대 건설현장에서는 해당 아파트가 일반적인 속도에 비해 훨씬 빠르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건설 노동자 박모(40)씨는 “화정아이파크 근처 공사현장에서 3개월째 상주하며 바로 옆에서 공사를 지켜봤다”며 “닷새마다 한층씩 올라가는 것 같았다. 일반 아파트보다 두세배는 빨리 건물이 지어진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 노동자 유모(47)씨도 “겨울철인에도 충분한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두지 않고 일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기온이 떨어져 콘크리트 화학 반응 속도도 느려지는 겨울철에는 4~5일의 양생 기간으로는 콘크리트가 단단히 굳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발족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번 주 안으로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이르면 다음 주부터 관리 책임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위원장 외 건축 시공과 구조 각각 4명, 법률 1명 등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한편 광주 서구청과 소방당국이 붕괴 사고 이후 내린 대피령이 단 200여세대에만 적용된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도 일고 있다. 사고가 난 건물에서 150여m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는 박모(33)씨는 “사고 현장에서 10m 정도 떨어진 주상복합건물에 사는 사람들만 대피를 시켰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인근 건물 중 전기·수돗물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곳들의 경우는 대피령을 내렸다가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광주=박장군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