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결별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박용진 의원이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정권 재창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언론을 통해 밝히면서다.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선대위의 극심한 내홍 끝에 물러난 지 1주일 만에 박 의원과 회동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 측은 박 의원의 발언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3일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했으나 지지율 하락 국면 속에 윤 후보와 엇박자를 이어간 끝에 지난 5일 전격 사퇴했다.
박용진 “이재명 후보 간접지원·조언 부탁”
박 의원은 1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전날 김 전 위원장과 만난 후일담을 전했다. 그는 “우리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간접 지원, 조언 이런 것들을 부탁드렸다. 그걸 민주당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측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이) 딱 떨어지게 말씀하신 것은 없다”면서도 “중도의 힘이라든지 지지의 힘이 국민의힘 쪽으로 뭉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이 후보에 대한 지지와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김 전 비대위원장에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16년 1~8월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원회 대표를 지냈을 때 비서실장을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1일 박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을 잇달아 ‘김 전 비대위원장’이라고 언급하며 과거 인연을 에둘러 강조했다.
진행자가 ‘앞으로 김 전 위원장에게 지원 요청이나 이런 것들을 계속해나갈 생각인가’라고 묻자 박 의원은 “이심전심 민주당 안에서 많은 분이 그런 노력을 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쨌든 윤 후보를 다시 도우러 가는 일은 없어야 하고 없도록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내 남아있는 ‘김종인계’ 인사들이 김 전 위원장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도 전했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과 만나 ‘야권 단일화’에 대해 걱정스러운 말씀을 드렸더니 ‘아마 안 될 것으로 본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야권 단일화를 부정적으로 전망한 까닭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두 후보(윤석열·안철수)의 정치적인 감각에 대한 문제 아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김재원 “김 전 위원장, 정권교체 의지 강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으로 향할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섰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을 모셔온 입장에서 함께 끝까지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김 전 위원장께서 비록 윤 후보 선대위에선 물러나셨지만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고 그 필요성을 누구보다 공감하시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의 민주당 합류를 부탁한 박 의원을 향해 쓴소리도 내뱉었다. 김 최고위원은 “박 의원 말은 믿기 어렵다. 김 전 위원장께서 여러 가지 생각이 있으실 텐데 그런 이야기 듣고 와서 떠들어대는 정치인들 이야기로 판단할 수 없다”며 “와서 덕담 한 번 해준 것으로 밖에 나와서 정치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함부로 하는 가벼운 정치인 이야기를 믿을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가 강하신 분인데 윤 후보자 선대위에서 물러나셨다고 다시 마음을 바꿔서 정권을, 이 무도한 정권을 연장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시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당 선대위 개편 과정에 물러나신 것이지, 정권교체의 의지가 바뀐 것이 아니다”고 힘줘 말했다.
‘민주당 가서 도우시거나 이럴 일은 없을 것으로 보느냐’는 진행자의 말에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설사 그런 마음이 약간 생기시고 그런 덕담을 하셨다고 하셔도 밖에 나와서 그걸 떠들어대는 정치인들은 정말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