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멸공’과 무관한 게시물을 올렸는데도 누리꾼들은 멸공을 언급하는 댓글을 다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 부회장이 촉발한 멸공 논란은 그가 언급을 자제하기로 한 이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은 11일 저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빨간색 보석상자 사진과 함께 “스페샬 케이크 for 베리 스페살 이벤트”라고 적었다. 보석상자 위에는 반지 한 개와 불이 밝혀진 촛불 하나가 꽂혀 있었다.
이날 게시물에는 멸공과 관련된 언급이 없었다. 멸공을 유추할 수 있을 만한 내용도 따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게시물의 댓글에는 “멸공의 횃불” “멸공의 촛불” “멸공은 사랑입니다”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제는 정 부회장 의사와 무관하게 멸공 댓글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이 돼버린 셈이다.
멸공 논란은 정치권과 온라인 공간에서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12일에도 정 부회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장을 맡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 부회장을 겨냥해 “결국 멸공에서 멸한 사람이 누구냐(정용진) 자기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세계 주가가 엄청 떨어졌다. 내가 알기로 2000억 이상 날아간 거로 안다”며 “또 여기에 상처를 받은 분들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멸공 발언을 옹호하는 반응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멸공 관련 게시글에는 “왜 멸공이란 단어를 쓰면 안 되냐” “종전국가도 아니고 휴전국가에서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니냐”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산당이 싫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찬성 입장이 다수 나타났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와 이마트 등에 대한 ‘보이콧’(불매운동)에 맞선 ‘바이콧’ 운동도 생겼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정 부회장 멸공 발언에 따른 신세계 불매 운동 이미지를 패러디해 ‘BUYCOTT 멸공’ ‘갑니다. 삽니다’라고 적힌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불매운동 이미지 게시글의 댓글에는 “스타벅스 오늘부터 1일 3잔” “이마트는 사랑입니다” 등의 옹호 댓글이 달렸다.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은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에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시작했다.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이마트 매장을 찾아 ‘멸공’을 연상시키는 멸치와 콩을 구입하고, 나경원 전 의원 등도 대형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매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서 여권 등에서 반발이 커졌다.
파장이 일자 온라인 공간과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의 주가가 6% 넘게 폭락하자 멸공 관련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